[Engineering Report]
강북사람 통행료로 센트럴파크 만들자는 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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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ineering Report]
강북사람 통행료로 센트럴파크 만들자는 서초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6.03.24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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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2022년 어느 일요일 저녁 고향집 평택에서 서울 금호동 집으로 돌아오는 최군은 서울톨게이트에서 3,500원 통행료를 낸 뒤 한남대교 방면으로 운전대를 향했다. 곧 양재IC에 이르자 뉴욕센트럴파크 같은 거대 녹지가 차를 막아섰다. 최군이 성동구에 가기 위해서는 두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3,000원 내고 공원 밑 지하도로로 가든지 유료도로를 피해 더 꽉꽉 막히는 강남시내도로를 통하는 방법이다. 평택에서 양재보다 양재에서 성동까지가 시간은 더 걸리고, 기름값도 더 들어간다.

재정투입없이 경부고속도로를 센트럴파크로?
서초구가 지난해 11월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간 6.8km구간을 지화화한다고 발표한지 4개월여째가 되고 있다. 서초구의 한남~양재 구간을 지화화하자는 논거는 이렇다. 우선 주변지대보다 6~8m 높게 건설된 경부고속도로가 서초구와 강남구를 동서로 양분, 강남도심을 단절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한 소음과 매연, 진동, 분진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다는 점. 중앙버스전용 차선으로 인해 차량엇갈림 현상이 발생해 교통정체가 가중된다는 점이다.

서초구는 이 구간의 지하화로 17만평의 개발가능한 땅이 생겨 복합문화공간 및 대형공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한남~양재 지하화로 인한 소요재원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서초구는 코오롱이 보유한 남부터미널, 롯데칠성의 서초동부지 그리고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시 공공기여금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즉 민자사업이나 재정투입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또 한남~양재 지하화가 서울시민를 넘어 나라 전체에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오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상부 천국, 하부 주변 지옥

 
서초구는 상습정체구간인 한남~양재를 지하화할 경우 현행 35km의 평균 차량속도를 50km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엔지니어들은 대책없는 지하화는 서초구뿐만 아니라 강남, 송파, 동작 등 한강 이남을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톨게이트에서 유입되는 일통행량은 81,135대, 반대로 한남에서 빠져나가는 통행량은 102,384대 수준으로, 이중 강남지역에서 진출입하는 차량이 전체 통행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대란의 시작은 이 지점이라는 것.
민간사업자와 엔지니어들의 분석으로는 지하도는 6차로 이상 건설이 불가능하거나, 혹 8차로 이상으로 건설할 경우 천문한적인 공사비가 발생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뜩이나 좁아진 도로에 지하 30~40m에서 올라오는 램프 1~2개 설치할 경우 기술적 난이도를 떠나 지하도로 전체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교통정체는 좁아진 경부선뿐만 아니라 지하도 우회노선인 47번국도, 강남대로, 남부순환로 등도 최악의 교통란에 직면하게 된다는게 교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로 인한 매연, 소음, 진동 등은 공원화가 된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더욱 가중된다는 것.
교통량의 30%를 차지하는 강북행 차량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당이나 강남방향으로 우회할 경우 가중된 교통정체로 인해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하도를 통과할 경우 기존보다 늘어난 시간에 통행료까지 지불할 공산이 커진다. 강북사람 입장에서 돈은 돈대로 내고, 막히는 어두운 길을 가는 셈이다.  
서초구는 남부터미널, 롯데칠성부지 개발분담금을 이용한다면 지하화 사업으로 인한 재정투입은 없을 거라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한남~판교구간은 서울시 구간이지 서초구 구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국전력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발분담금의 권리는 서울시에 있지 서초구에 있지 않다.
1966년 한남대교 공사당시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은 “제3한강교 즉 한남대교가 경부고속도로와 직접 연결돼 서울시민만이 아닌 전국민이 이용하는 만큼 공사비를 서울시가 아닌 재무부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로부터 공사비를 받았다. 그만큼 경부고속도로 구간은 서울시를 넘어 정부부지로써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막대한 정부의 재정이 투입된 경부고속도로와 강남개발의 수혜를 서초 강남구가 최우선으로 받았는데, 50년이 지난 현시점에 서초구가 이를 독점하겠다는 것은 나가도 한참 나갔다는 지적이다. 개발분담금을 부과하며 복합개발을 하면 당연히 사업성이 나빠져 지하화사업과 복합개발사업 모두 동반부실로 이어지는 부분도 생각해볼 일이다.
서울시장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강남지역민의 주거환경만을 위해 이 사업을 벌일 수 없다. 강북을 비롯한 관악, 구로, 금천 지역의 주거 및 교통환경은 강남에 한참 떨어져 있는데, 부자동네인 강남만을 위한 정책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여기에 통행료까지 부과할 경우 지자체장 서울시장은 강북의 원성을 살 건설사업을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개발부담금 용처 논란으로 재정부담없는 한남~양재 지하화 사업은 사실상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굳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민간재원을 이용한 민간사업 추진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 민간사업자들은 이 또한 양재에서 종로까지 연장을 늘리고, 한남대교 북단부터는 차등차로제 등을 실시해야 사업성이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한남~양재 지하화, 시민 동선에 큰변화
갖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남~양재 구간이 지하화된다면 서울시민의 동선이 어떠한 방식으로 바뀔까. 차량운전자의 경우 우회하더라도 서울진입 방법을 전환할 공산이 크다. 서해안방면에서 진입시 기존 서해안선과 함께 새로운 축으로 건설중인 문산~서울~광명~수원 고속도로에 교통량이 배분된다. 동측은 중부고속도로와 외곽순환 사이에 동두천~서울~세종이라는 제2경부라인이 교통량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서울남부외곽 안쪽에 건설중인 강남순환고속도로도 시내교통과 광역교통의 중간단계 역할을 한다. 물론 어느 노선을 이용하든 현재 무료인 한남~판교간보다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게 된다.
서초구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서초동에 위치한 고속터미널을 6km가량 외곽인 양재IC 부근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 경우 고속버스 이용자들의 서울진입이 보다 어려워지고, 현 고속터미널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로 일부 수혜를 입는 계층도 생겨난다. 우선 경부라인에 걸쳐진 서초구 강남구 지역이 주거환경 개선으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물밑에서 추진되던 올림픽대로 지하화사업과 한남~양재 지하화사업이 맞물릴 경우 한남대교 남단에 거대한 숲이 형성돼, 부동산 시너지는 최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남~양재간 지하화는 강남지역에 약간의 교통혼잡을 가져오지만 높은 경제적 파급력을 통해 강북간의 격차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궁극적으로 서울시 녹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지하화로부터 파생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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