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종심제와 로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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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종심제와 로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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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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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이뤄진 국토부장관과 대형엔지니어링사 대표의 회합 도중 갑자기 발표된 종합심사제가 엔지니어링업계에 잔잔한 파장을 내고 있다.

"기술경쟁중심 시장환경을 조성해 글로벌시장 진출지원을 확대한다"라는 모토로 국제기준인 ADB입찰방식을 15억 이상의 실시설계에 적용하되, 중복도 등 한국적 입찰제도를 가미하는게 주된 내용이었다. 보름이 지난 3월말 토목의날 건설정책포럼에서 국토부 사무관은 국내 입찰제도의 변별력이 부족해 기술개발도 안 되고 해외진출도 안된다는 주장을 하며 PQ 통과업체수를 제한하고 PQ기술점수를 상향해야 한다고 논조로 발표도 하며 굳히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입찰제도 혁신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가 대거 반발하고 있다. T/F까지 짜서 조직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왜 그럴까.

주된 이유는 로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로비, 발주가 있는 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로비가 바로 그것이다. 발주담당자에게 평가위원 리스트를 얻어내기 위해 로비, 3~5배수의 평가위원에게 또 로비, 평가당시 점수를 많이 준 위원에게 더 큰 로비. 단계별로 끊임없이 로비자금이 꾸역꾸역 들어가는 셈이다.

만약 기술1등이 수주를 하는 종심제가 전격 시행된다면 어떠한 사태가 발생할까. Long-Short을 막론하고 정성평가 투성인데 말이다. 결론은 로비액수가 현행보다 곱절은 높아진다는게 로비스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운찰제로 수주확률 60%인 것과 종심제로 확률 100%인 것과는 가치가 다르니 말이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문득 강한의문이 발생했다. 지금도 좀 크다싶은 프로젝트에는 수천만원의 돈이 오간다는 이야긴데,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하루면 수십건의 프로젝트가 올라오는데 말이다. 꼭 1년전에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에서는 "공직자들이 1회 100만 원(연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필자가 아는 발주처공무원들 대부분이 쇠고랑을 차게 될 것이다. 평가리스트를 입수하는 대가만해도 처벌기준인 100만원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면 대한민국 검찰의 실력을 폄훼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입찰제도가 무슨 죄인가. PQ든 TP든 턴키든, 최저가든 글로벌이든 모든 입찰제도는 완벽하다. 다만 이를 운용하는 인간의 죄가 더 크다. 국토부가 글로벌스탠다드라고 내놓은 안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본지도 불합리한 제도를 혁신하며 글로벌트렌드를 지향한다면, SOC예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때 해외에서 엔지니어링산업의 제2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고 줄 곳 말해왔다.

그러나 이 기사가 작성되는 현시점에도 발주처 인근 술집에서 로비자금을 주고받는 그들이 있다면 글로벌기준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갖가지 로비독소조항을 만들어 놓고, 돈을 들고 오지 않으면, 전관을 뽑지 않으면, 기술점수를 밑바닥을 헤매게 하는 현 시스템이라면 과연 어느 업체가 돈을 싸들고 오지 않을까. 게다가 얼마전까지 한나라의 살림을 맡았던 최경환 전장관이 선거판에서 "제가 전관예우를 발휘해 용인에 확실한 예산을 보내주겠다" 할 정도니 공무원과 전관의 파워가 느껴진다.

엔지니어링산업의 체질개선은 입찰제도를 대략 글로벌화시킨다는 모양내기가 아니다. 산업화 50년간 쌓인 병폐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과 구조개편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모든게 무용지물이다.

미시적으로 자체감사든, 감사원감사든, 검찰수사든 물량이 많은 주요 발주처부터 털어봐라 반드시 부정이 나올 테니.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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