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듣는다]부실감리…"대가나 제대로 주고 책임을 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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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듣는다]부실감리…"대가나 제대로 주고 책임을 논해라"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6.06.2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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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전관, 비효율 재생산에 현장관리 부실
나눠먹기식 수주, 인력소개소형 감리 한계 여전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그렇듯 감리현장도 전관으로 인한 부조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보다 관료주의와 나눠먹기 기조가 팽배하는 구조라면 현장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안전사고로 감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시 한 감리현장을 방문, 현장 엔지니어로부터 감리시스템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총 6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감리원의 위상이 바뀌었다.
최근에 진접선이다 노량진수몰이다 해서 현장에 안전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진다. 그 원인의 근본은 감리원에 대한 위치에서 시작된다. 삼풍백과점과 성수대교 붕괴 이후 감리가 본격화됐는데, 당시 감리원은 품질과 안전관리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했고, 발주자를 컨트롤 하는 위치였다. 기술이 행정을 지배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20년간 책임감리가 정착되면서 안전사고가 크게 줄자, 오히려 감리원에 대한 처우는 점점 줄었다. 현재는 발주처, 시공사에 이어 3순위가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터지면 대응할 수 있는 권리는 축소되고, 나중에 책임만 뒤집어쓰는 구조가 됐다.

-감리대가가 그때그때 다르다고 들었다.
지자체 발주 사업은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국토부에 비해 15~20% 낮다. 예산에 맞춰 발주하는 풍토가 지방에서 만연된 것이다. 공사비가 낮으니 당연히 감리비도 낮아 감리원을 줄이거나 등급을 낮춰 발주하는 일이 대다수다.

-등급을 낮춰 발주하는게 가능한가.
발주처에서 고급엔지니어를 책임감리원으로 발주 해도 대부분 특급엔지니어로 PQ서류를 제출한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PQ만점자인 특급을 넣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A라는 현장이 고급-중급-초급을 감리원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공고가 나도 실제 특급-고급-중급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 미만의 인원만이 제대로 등급 배치가 되고 있다. 대형엔지니어링사는 회사가 등급차에 대한 손실을 떠안고, 중견이하는 엔지니어의 임금을 통해 조정하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같은 현장 감리원이라도 회사에 따라 임금격차가 클 수 있지 않을까.
노조가 있는 대형그룹사는 임금수준이 높아 프로젝트당 잘해야 2~3% 남는다. 반면 소규모엔지니어링사는 많게는 30%이상 이익을 볼 수 있다. 낙찰률은 같지만 임금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본다. 요즘은 대부분 공동도급이기 때문에 똑같은 등급인데도 임금격차가 크다. 게다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채용돼 직업안정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같은 현장 같은 일을 해도 흙수저, 금수저가 있다.

-무엇인가 많이 불합리한 느낌이다.
엔지니어간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문제는 60~70대의 퇴직공무원들이 감독시절 서류로 쌓은 실적으로 감리원으로 채용되고 있는 것이다. 연금 받을거 다 받는 상태다보니 감리원은 보너스 개념이고, 기술적으로 무지한 경우가 태반이라 아예 없는게 낫다 싶을 때도 있다. 가끔 보면 감리를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전관공무원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현재의 엔지니어링업계 때문에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한게 아닌가 싶다. 결국 구멍난 부분은 실제 현업감리원이 채우고 있다. 당연히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사실 감리대가는 업계 평균으로 전수조사해서 산정하는데, 유유자적 저가 전관감리원들로 인해 실제 현업감리원들의 대가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지역비율이 49%에 달하지 않는가.

-사실 프로젝트관리도 팀웍인데 현 컨소시엄 방식은 뭔가 이상하다.
감리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도급에 있다. 보통 감리 컨소시엄은 2~4개까지 되는데, 투입인원에 따라 지분을 나눈다. 생각해보면 처음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다수의 전관출신 공무원들과 현장관리를 하라니 이게 말이나 되나 싶다. 종종 지분대로 나누다보면 한 엔지니어가 몇 달 업무를 보다 다시 또다른 회사 엔지니어가 몇 달 근무하기도 한다.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생각과 처우, 기술적 이해가 다 다른 엔지니어가 현장을 관리하니 사고가 안나는게 신기하다.

-사후평가 이야기도 나오는데.
엔지니어링을 수주산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단 수주보다도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평가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PQ사후평가에 넣는 것은 또하나의 로비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다.

-해외에서는 설계와 감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데.
감리엔지니어는 현장장악력과 행정력이 좋은 반면 설계역량은 부족한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설계직은 현장관리능력이 없다. 장기적으로 글로벌스탠다드를 따라간다면 설계감리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활동는게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지원감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최선이다.

-국내사업 감소는 사실상 예정돼 있는 상황인데, 해외감리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당연히 해외진출은 엔지니어링업계의 소명이다. 하지만 전관문제로 인한 폐해가 해외사업에도 여전한게 문제다. ADB 기준 책임감리원 단가는 2만4,000달러 수준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EDCF든 ADB든 어떠한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실적을 맞추려면 퇴직공무원을 밀어 넣을 수 밖에 없다. 만약 4명의 감리원을 파견시켜야 한다면, 이중 책임급인 전관 2명은 기술적 능력이 전혀없어 추가로 보조감리원 2명을 투입해야한다. 4명이면 될 사업에 6명이 나가 있으니 마이너스는 불가피한 셈이다. 국내 엔지니어링의 모든 문제 시초가 전관이듯, 해외사업의 모든 문제도 전관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결국 국내의 불합리한 엔지니어링 구조부터 손 봐야한다는 결론인가.
당연하지 않나.

-대형엔지니어링사를 중심으로 프리랜서 제도도 논의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상 대형사를 제외하고 프리랜서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를 공식화하면 대형사까지도 인력소개소가 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장의 안정성을 해칠 공산이 크다. 만약 3년 공기의 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가 6개월을 남기고 타현장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시공사들이 프리랜서를 운용하는데 이들 모두 준공을 앞두고 다른 곳으로 나간다. 경제논리로 시작했다가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더 큰 대가를 치루는 것 아닌가. 안전관리자에게는 소속감이 필요하다. 발주처가 현장 안전도를 높이려면 프리랜서제도보다, 근속연수가 높고, 각종수당을 잘 챙겨주는 엔지니어링사에 PQ가점을 주는게 맞다고 본다.

-결론은 대가는 늘리고 직업안정성은 높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현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감리원들 대부분 따로 수당도 없는데 야근을 한다. 낮에는 현장관리를 하며 민원을 해결해야 하고 밤에는 수많은 행정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책임감리 초기 기술이 지배하던 현장이 어느새 관치화가 돼 행정사무소가 됐다. 불합리와 고된 업무에 시달리더라도 대다수의 감리원은 제대로된 현장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이다. 모든 SOC현장이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관리된다면 지금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빈도가 크게 줄 것이다. 또 하나 전체사업비의 90% 이상인 시공부분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5%도 안되는 설계와 감리 즉 엔지니어링에 투자하는게 국민세금 낭비를 줄이고 제대로된 시설물을 건설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어쨌든 대가와 권한을 제대로 주고 책임을 지우는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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