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확정가격에 최상설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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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확정가격에 최상설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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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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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확정하고 기술경쟁으로만 승부를 내자는 확정가격최상설계 방식이 얼마전 서울~세종고속도로에 적용됐다. 2008년 이후 좀 되다 말았으니 8년만이다.

지금은 퇴색했지만, 기술경쟁의 대명사였던 턴키는 90년대말 시작됐다. 당시 낙찰의 주요 요건은 엔지니어링사의 설계능력이었고, 기술력을 겸비한 턴키전문엔지니어링사의 사세가 확장됐다. 하지만 2000년 초반이후 로비전이 극단을 치달으면서 기술경쟁은 퇴색했다. 그간 담합과 로비로 구속된 사건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가격부분에 가중치를 많이 두면서 최근 턴키는 사실상 최저가복마전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는 예전수준의 공사비를 받고 싶었고, 건설관련 교수, 연구원, 매체를 통해 확정가격최상설계를 QBS, FPBP를 근거로 끊임없이 말하게 했다. 어찌됐건 서울~세종에서 적용됐으니, 앞으로 좀 크다싶은 공사에 이 방식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승리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만장일치 추대한 한나라당을 놓고 유시민은 "만약 한나라당이 위기라면 이번 처방은 아주 재미있는 처방이다. 박근혜 체제라는 것은 2004~2006년까지 있었던 체제였다. 입고 있는 속옷이 더러우면 새로운 속옷을 입어야지 왜 어제 벗어놨던 걸 다시 입느냐."라고 했다. 턴키가 기술경쟁을 모토로 시작됐다고 볼 때, 턴키제도를 변질, 타락시킨 주체인 건설사에게 턴키보다 더 강화된 확정가격방식을 적용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다.

턴키보다 강화된 확정가격에 대한 건설업계의 옹호논리는 반대로 로비, 담합을 통한 국고낭비라는 턴키의 단점과 맥을 같이한다. 결국은 빨아 쓰는 것보다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하나 확정가격에 최상설계라면, 설계품질이 최고여야 하는데 턴키설계가 그렇듯 일반설계보다 낮은 대가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최고품질 설계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 즉 건설사들이 최고품질을 위해 가격을 최고로 하는 확정가격방식을 요구해 적용시켜 놓고, 막상 자신들이 설계를 발주하면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엔지니어링사의 고혈만을 뽑아 먹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

선진엔지니어링 환경에서 시공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위치가 아니다. 국고낭비를 방지하며 견실한 시설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총 사업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사부분을 효율화시키는게 필요하다. 대안은 엔지니어링 즉 컨설팅분야에 보다 많은 권한과 대가를 주면 그만이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듯이 시공을 최저가로 하든 턴키를 하든지는 중요한게 아니라 이를 잘 관리하고 계획할 수 있는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게 필요하다.

선진엔지니어링 시장에서 시공부분은 컨설팅의 하부조직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10%를 차지하는 컨설팅에 더 많을 대가를 줘 90%를 관리시킨다면 공사비절감과 시공품질을 모두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공사비를 올려야 좋은 품질이 나온 거란 착각속에 살 것인가. 바야흐로 전세계는 고부가가치의 시대 아닌가.


정장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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