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 Park 의 유익한 국제 건설 판례 이야기7]발주처를 위협하는 추밀원의 최종 판결 - FIDIC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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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 Park 의 유익한 국제 건설 판례 이야기7]발주처를 위협하는 추밀원의 최종 판결 - FIDIC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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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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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IC의 경우 모든 분쟁은 중재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고, 중재는 비공식 절차입니다. 따라서 중재 판결 내용은 대부분 일반에게 알려지지가 않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범위에서 공개된 관련 중재 내용을 찾아 그 사례와 결정 내용을 본 칼럼에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 영국 추밀원 사법위원회(Judicial Committee of the Privy Council)
영국 추밀원 사법위원회(Judicial Committee of the Privy Council, 위 사진)에서는 현재까지도 일부 영국령이었던 국가들의 최종 상고심이 판결되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시공사를 보호하면서 발주처에게 큰 부담을 주게 한 추밀원의 한 최종 판결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Trinidad & Tobago)에서 한 건설회사가 정부가 발주한 어느 병원공사를 수주해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공사 자금 상황이 걱정됐던 시공사는 몇 차례 발주처에게 계약에 따라 금융 주선 현황에 대해 해명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에 발주처는 주무관청 차관의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신을 포함하여 몇 차례에 걸쳐 시공사 앞으로 해명 서신을 보내면서 안심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공사 완공이 최우선이며, 현재 예상 공사 금액은 $224,129,801로서, 자금은 정리공채기금으로 이용 가능하며, 기성이 확정되거나 시공사에게 지급돼야 하는 금액은 정부가 지급할 것이며, 정부는 본 공사를 적극 지원할 것임."

하지만 시공사는 발주처측의 해명 내용은 불충분하므로, 동 자금이 내각에서 승인됐음을 확인해 달라고 발주처에 요청합니다. 발주처측의 답신이 없자 계약에 따라 중단됐던 공사를 최종적으로 타절합니다. 발주처측에서는 공사 타절은 말도 안 된다고 분개하면서 계약에 따라 중재절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중재인은 시공사의 주장대로 발주처측의 해명서신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판결합니다. 중재 판결에 불복한 발주처측은 법원에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는 중재 판결을 뒤집습니다. 그러자 시공사는 최종적으로 영국의 추밀원으로 상고를 하게 됩니다.

추밀원의 상고심 판결 설명에 앞서 계약서인 FIDIC의 해당 조항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FIDIC 2.4항 [발주처의 금융 주선]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주처는 시공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14조[계약 금액 및 지급]에 따라 발주처가 계약 금액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금융주선이 이루어져 유지되고 있는 합리적인 증거를 시공사에게 28일내에 제공해야 한다.  만약 발주처가 금융주선에 주요한 변경을 하고자 할 경우에도 그 상세내용과 함께 시공사에게 이를 통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발주처가 동 2.4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16.1항[시공사의 공사 중단 권한]에 따라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으며, 16.2항[시공사에 의한 공사 타절]에 따라 공사 타절도 가능합니다.

중재인의 결론은 몇 차례의 발주처와 정부 고위층의 해명서신에도 불구하고 공사 대금에 대한 내각 승인 내용이 시공사에 통보돼야 했으나 발주처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시공사의 계약 타절은 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추밀원은 이에 대해 중재인이 맞다 또는 맞지 않다라는 식으로 판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재인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이는 법적 사안이 아니라 사실 관계 확인이므로 법원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합니다. 
중재 판결을 뒤집은 항소 법원의 판결 요지는 중재인이 2.4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내각 승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잘못 판단하여 합리적인 증거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추밀원은 중재인이 잘못 판단했다고 할 이유가 없다고 결정합니다. 왜냐하면 중재인은 발주처측에서 제공한 몇 차례의 해명 서신은 불충분하였고 여러 정황을 고려하였을 때 공사 대금에 대한 내각 승인의 증거가 제공돼야 했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법적 사안이 아니라 사실 관계 확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 드리자면, 중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에 오직 중재인의 법 적용의 하자(error of law)가 있는 경우에만 항소할 수 있습니다. 즉, 중재에서 확정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항소가 불가능합니다. 중재인의 결론은 여러 정황을 고려한 사실 관계 확인에 따른 것이며 법적 해석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추밀원에서 FIDIC 2.4항의 규정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증거가 어떤 것인지 판단되어 지기를 바랬으나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얘기하자면, 동 2.4항에 따라 불충분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증거를 발주처가 제공한다고 판단한 경우, 시공사는 계약 규정에 따라 공사 중단과 공사 타절을 추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기정 영국 변호사(www.corbett.co.uk)
아마 적자 공사나 악한 발주처에 시달리고 있는 시공사들은 가능하다면 이를 추진해 보고자 하는 유혹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본 판례의 주인공인 시공사도 그러한 이유에서 공사를 타절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째든 동 2.4항에 언급된 도대체 뭐가 합리적인 증거인지에 대한 불명확성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만약 동 2.4항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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