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한 부장급은 해외현장으로~
스펙 좋은 대리급은 본사만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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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필요한 부장급은 해외현장으로~
스펙 좋은 대리급은 본사만 ‘고집’
  • 이명주 기자
  • 승인 2012.08.13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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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장 확대 불구 젊은 인력들 파견 업무 기피 분위기
높은 근무강도 등이 주요 원인

"회사에서 자꾸 일감은 수주해오는데 정작 해외로 내보낼 수 있는 과장급 이하 직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인력 관리하는 우리도 죽을 맛 입니다". 요새 해외진출 중에 있는 EPC사들을 방문해 보면 들을 수 있는 공통적인 목소리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EPC사와 엔지니어링사들의 해외진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지에 파견할 젊은 인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젊은 인력들의 EPC사들에 대한 기대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와 있는 반면 국내 관련업체들의 인력 운영능력은 아직까지 2000년대 이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업무강도 해외파견 기피 1순위

현재 국내 EPC사들의 높은 업무 강도는 젊은 인력들이 해외 파견을 꺼리는 1순위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해외 현장의 경우 단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발주처와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공기가 짧은 경우가 많고, 관련인력들의 현장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업무강도가 높은 경우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와 채용인력들의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 인한 운영시간의 확대 역시 관련인력들의 업무 시간을 늘이는 원인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PC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업체들의 공격적인 영업 방식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가 공기단축으로 인한 발주처와의 신뢰도 향상이다. 하지만 현장 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공격적인 영업방식이 오히려 업무 과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에 보통 해외 현장의 근무시간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해 저녁 8~9시에 끝나며 주 6일 근무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여기에 현지의 기념일이나 종교적 행사 등이 있을 때는 국내 관리직원들의 경우 새벽 3~4시에 출근해 저녁 9~10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해외 업체를 거쳐 현재 국내 EPC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관계자는 "해외 업체에서 근무할 때는 반드시 2~3개월 한번씩 관련인력들에 대한 리프레쉬 휴가가 주어지곤 했다"며 "반면, 국내 기업들의 경우 요즘와서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2~3개월에 한번씩 리프레쉬 휴가를 보내자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현장에서는 휴가를 상상도 하기 힘든 상태이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과장급 이하 또는 신규인력들의 경우 해외파견 근무 보다는 국내 근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로 퇴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2세대 반사적 해외파견 "UP"

한편, 젊은 인력들과는 반대로 기존 퇴직인력이나 부장급 이상 간부인력들의 경우 해외 파견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퇴직인력이나 간부인력들의 경우 퇴직인력이 많아 고용에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대우건설, 동아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에서 해외건설 분야 노하우를 가지고 퇴직한 1~2세대 기술인력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EPC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해외 진출을 하고 있거나 꾀하는 왠만한 EPC 업체들 치고 기존 1~2세대 중동 진출 엔지니어 출신 간부가 없는 곳이 거의 없다"며 "현재 젊은 인력들이 해외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가 높아짐에 따라 업체들은 1~2세대 엔지니어들을 재파견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 중견 간부급치고 해외를 안나갔다 온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고 말했다.

일부 경영진에서는 젊은 인력들의 생각 변화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체 경영진은 "이전 엔지니어들은 파견업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해외시장을 개척해 왔다"며 "그러나 현재 젊은 엔지니어들은 기존 세대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겠다는 의식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이와 같은 생각에 대해 반발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견 근무가 젊은 엔지니어들에게는 경력 및 금전적인 면에서 경험치를 쌓는 것은 유리한 것이 맞다. 하지만 20~30대 엔지니어들이 해외근무를 시작하게 되면 결혼을 비롯한 개인적인 대소사가 미루어질 수밖에 없고 20~30년전이나 별차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회사의 이익 창출만을 앞세워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며 "현재 경영진들이 외부에 말하는 것처럼 단지 근로자가 아닌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적인 강요를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젊은 인력 가뭄에 해외사업 뿌리도 흔들

문제는 젊은 세대와 기존 세대들간 생각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동안 해외시장에서의 문제점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1~2세대 중동 진출 엔지니어들이 젊은 인력들을 대체해 다시 나간다고 하나 대부분 간부급인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 지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현장에 대한 노하우 전수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은 현장분위기를 하루 빨리 개선하지 못하면 현재 해외시장 진출이 결국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내 EPC 및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큰 폭으로 증가됐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며 "하지만 젊은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향후 무너질 수 있다. 국내 EPC사들의 경영진들은 현재 상황을 근시안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불합리한 현재 상황을 개선해 국내 젊은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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