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당골
<사당골>라이터를 켜라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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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7  08: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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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봉한 ‘라이터를 켜라’라는 작품을 알아보자. 김승우가 분한 동네백수 허봉구는 예비군훈련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기 전재산을 털어 300원짜리 라이터를 산다. 이 라이터는 그러나 서울역 화장실에서 조폭두목 양철곤-차승원분이 가져가 버린다. 허봉구는 양철곤에게 항의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한다. 게다가 줘터진다. 마지막 자존심인 라이터를 되찾으려 허봉구는 양철곤을 따라 20시30분발 부산행 새마을호에 몸을 싣는다.

양철곤은 국회의원 박용갑으로부터 받을 용역비가 있다. 하지만 박용갑은 이미 국회의원이 됐고, 토사구팽한 양철곤에게 돈을 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양철곤이 허봉구에게 라이터를 줄 마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양철곤은 수하 5명을 이용해 열차승객 전체를 인질로 잡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잘 생각해보면 양철곤 수하는 사시미를 들었다 뿐이지 소수에 불과하다. 수백명이 조직적으로 대항한다면 충분히 상황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 “내가 나서면 나만 피해볼텐데”,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깡패들이 없을 때만 대책을 이야기하고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다. 눈치만 슬슬 보며 말이다. 양철곤과 국회의원의 자존심 싸움으로 열차는 이미 브레이크 없이 부산종점에서 자폭할 것인데도 말이다. 이때 폭주하는 열차에서 영웅이 탄생한다. 찌질이 백수 허봉구가 대중을 규합해 깡패에 조직적으로 저항을 하며 위기탈출을 한다.

얼마전 국토부에게 제출된 감리현장 부조리 현황 문건을 입수해 봤다. 문건은 이상하게도 문자반 ◯◯, ✕✕, □□, ●●와 같은 기호로 구성돼 있었다. 누가 제보했는지, 누구를 제보하려 했는지 숨기기 위한 의도다.

또한, 얼마전 엔지니어링업계는 건진법 개정안을 놓고 부당하다며 4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각부처에 탄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표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엔지니어링업계’정도로 ‘퉁’치는 분위기였다. 서명부 제출도 대표급이 아닌 직원을 선택했다. 누구도 甲인 국토부에 깃발을 들고 전진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단체협상을 앞둔 노동조합도 사측의 눈치를 볼까.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어떤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전 정권도 아닌 전전 정권에 찍힌 덕에 여전히 SOC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출입처에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甲의 미덕은 기억력에 있다고 했던가. 한번 찍은 놈은 분이 풀릴 때까지 죽을 때까지 송곳으로 찔러가며 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라이터를 켜보자. 객차안의 승객이 수백명이었듯, 엔지니어도 25만이고 나아가 100만 엔지니어링가족이다. 엔지니어가 17세기 아프리카 노예도 아니고 모두들 학력, 경력, 자격이 되는 인텔리인데, 왜들 그렇게 당하고 살고 있나 모를 일이다. 7만명이 채 안되지만 똘똘뭉쳐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온 약사들과 크게 대별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옆에서 저질러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고개 숙이고 외면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데로 물결치는데로 눈치보며 살아라.”

엔지니어링업계도 라이터를 다시 쟁취하려는 허봉구처럼 깃발들고 엔지니어를 규합할 세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나만, 내 회사만 피해 없으면 물 흐르는 대로 바람가는대로 마모돼는 자갈처럼 살아야 하나. 모난돌에 정도 함께 맞으면 멋진 조각이 되지 않을까.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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