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계환 KG엔지니어링 IT본부장, “드론 띄워 3D 불모지 토목 최초로 BIM 구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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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계환 KG엔지니어링 IT본부장, “드론 띄워 3D 불모지 토목 최초로 BIM 구축했죠”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08.18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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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 드론 측량기기로 인정 안해… 공공측량성과심사규정 마련 시급
KG-Road, KG-Land 이어, 내년 KG-Rail 개발… 상하수도 버전까지 고려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토목엔지니어링 최초로 3D BIM 설계프로그램 KG-Raod, KG-Land 개발에 성공한 KG엔지니어링이 올 연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수천만원 어치의 드론을 떨어뜨려가며, 2D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체 3D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 이에 본지는 KG엔지니어링의 IT본부를 이끌고 있는 지계환사장을 만나 KG가 독자적인 BIM 3D모델을 구축할 수 있던 비결을 전해듣고, 4차산업혁명시대 엔지니어링업계가 나가야할 방향을 가늠해봤다.

▲ 지계환 KG엔지니어링 IT본부장
-어떤 엔지니어링사도 걷지 않은 길을 KG 홀로 걸어왔다. 외롭고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으로 본다.
드론을 7개나 부셨다. 현재 운영 중인 드론은 7대며 최고가가 3,000만원, 최저가 200만원, 보통 600~800만원이다. 워낙 고가의 장비라 웬만한 회사 같았으면 드론 1개 부서지면 사업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사내 700명 중 120명이 교육을 받아 현장촬영을 드론으로 하고 있다. 오너의 절대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프로젝트 전체를 볼 수 있는 차부장이 3D BIM을 배워 실무에 응용해야 하는데 40대 토목엔지니어는 1년을 꼬박 배워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마스터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1시간 교육만 받아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체 툴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 개발자들이 2년반 동안 매진한 끝에 KG-Road와 KG-Land가 탄생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3D BIM을 설계한다는데, 기존 측량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기존에는 기본계획 축척이 1:5,000 혹은 1:2,500이라면 실시설계는 1:1,000 정도로 하고 노선이 결정된 후 보완해 정확도를 높였다. 반면, 드론방식은 항공법 상 150m이하로 비행하는 드론이 촬영한 이미지의 축척이 1:250 혹은 1:500이다. 설계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면 하루 만에 찍고 이틀 만에 모델링하고, 사흘 만에 지도를 출력할 수 있다. 아무데나 그어도 횡단, 종단이 나온다. 기존 측량업무량이 1/10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는 도로나 철도 등 토목설계 과정에서 평면선형을 바꾸면 종횡단측량을 다시 해야했다. 그러나 3D BIM을 활용하면 드론 이미지의 정밀도가 높아서 종·횡단측량을 다시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들이 파라메트릭으로 연결돼 평면선형을 움직이면 2~3분 내로 교통통행량이 변한다. 데이터 하나가 변하면 연결된 모든 데이터가 따라 변하는 것이다.

-정부가 드론을 새로운 측량장비로 인정하는데 시간이 더디다. 민간은 진작에 드론을 활용한 BIM기술을 개발했지만 정책이 그 개발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공공측량 작업규정이 마련된데 이어 올해 3월 개정판까지 나왔다. 반면 한국은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측량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드론장비가 측량기기로서 인정받아야 공공측량성과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시행령에 GPS 등은 측량기기로 인정하고 있는데 드론은 빠져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설계업무를 해온 엔지니어들은 드론을 활용하는 것을 너무 낯설어하고 심지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기존 측량장비로 1차 측량을 한 후 드론으로 측정한 것과 비교하면 드론의 정밀도가 훨씬 뛰어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업등록 문제를 해결해 공공측량성과심사규정을 서둘러 만들어야 비로소 드론이 건설현장에서 상용화될 것이다.

-기존 2D시대에는 통상 측량업등록업체에게 외주를 줬다. 기술진보로 인해 이러한 중소기업의 일감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나친 우려다. 수목이 많거나 교량 밑은 보이지 않아서 드론으로 측량하더라도 20~30%는 보완측량을 해야한다. 이는 측량전문가의 영역이다. 엔지니어링사들이 측량업체와 함께 업무를 수행해온 이유는 측량전문업체의 경험에 따른 오류찾기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존 현장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측량분야에서 급격하게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업계는 KG가 개발한 KG-Road, KG-Land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자체엔진을 개발한 것인가?
아니다. 기존 오토데스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종속되는 게 싫어서 우리만의 자체엔진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자체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 동일 프로젝트 설계파일의 데이터를 시공 BIM에서 전혀 쓰지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되면 2D 설계보다 더 긴 시간 3D로 변환해야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결국 기존 엔지니어들이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효용성, 대중성, 확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오토데스크에 종속적이지만 BIM 소프트웨어 중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KG-Road, KG-Land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Civil 3D의 APR을 이용해 설계하면 모든 데이터가 다음 과업에도 넘어가 엔지니어는 스케줄(타임)만 입력하면 된다.

-연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일정이 궁금하다.
한 달 전 오토데스크 Civil 3D 일본형 Country Kit 제작계약을 맺었다. 나라마다 설계기준이 다른데, KG는 Country Kit 한국형을 직접 만든 경력이 있는 만큼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다. 현재 오토데스크의 아태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오토데스크재팬이 KG-Road, KG-Land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오토데스크 본사와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초에는 철도분야 3D BIM, KG-Rail 개발에 착수할 것이다. KG가 도로에 비해 철도실적은 아직 부족하지만 3D BIM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철도분야 선두 엔지니어링사나 시공사의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G-Road, KG-Land에 이어 KG-Rail까지 상용화되면 추후 상하수도 등 기타 토목공종에 적합한 3D BIM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향후 3D BIM시장이 보편화되면 엔지니어링현장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보더라도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기존 인프라 현황을 고려한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 때문에 BIM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3D BIM 설계를 하면 문제가 예상되는 지역, 가령 도로가 지나가기 어려운 지역에서 실제로 도로개설이 가능한지 여부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엔지니어는 발주처, 감독, 시공자, 자문위원단에 3D로 예상 시나리오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현실적 문제를 바로 인식시킬 수 있다. 또한 계획, 설계 등 과업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지표뿐만아니라 지하상황을 보여주고, 시뮬레이션까지 할 수 있다.
4D에서 IFC, DW 데이터 등을 가져와서 스케줄관리를 하고 나아가, 타워크레인을 돌려 옆건물과 부딪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4D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3D설계 다음과정인 4D를 거쳐 5D개발까지 이어져야만 한다. 4D는 타임이 들어가서 스케줄관리가 가능한 것이고 5D는 유지관리까지 간 상태다. 4D까지 가면 시공BIM을 할 수 있다. 5D까지 간다면 드론은 물론 IoT, 빅데이터, 로봇 등과 융·복합한 엔지니어링분야 4차산업혁명이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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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2017-08-21 09:57:53
미래지향적으로 늘 앞서가시는 군요. 엔지니어링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쉽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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