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결산 엔빵라이브] “규제 덩어리 건설기술진흥법… 업계 뒤흔든 우리사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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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결산 엔빵라이브] “규제 덩어리 건설기술진흥법… 업계 뒤흔든 우리사주조합”
  • 이상진 기자
  • 승인 2017.12.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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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도·전관·턴키관행·종업원지주제 등 다양한 주제 다뤄
팟캐스트 엔빵, 두터운 팬층으로 라이브도 업계 뜨거운 관심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상진 기자 = ‘제1회 엔빵 라이브 좌담회’가 19일 서울시 서초구 자몽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됐다. 연말을 맞이해 개최된 이번 좌담회에서는 엔지니어링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올해를 결산하고 업계의 핫이슈를 짚어봤다.
 
좌담회는 ▲1부 ‘올해결산’ ▲2부 ‘법제도’ ▲3부 ‘향후전망’ 등 총 3부로 진행됐다. 패널에는 도화엔지니어링 김용구 본부장, 유신 정철구 전무, 한국종합기술 김영수 우리사주조합장 겸 노조위원장과 본지의 정장희 팀장, 이준희 기자가 참석했다. 
 
▲ 1부 ‘올해결산’
 
▶이준희 : 올한해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업계가 힘들었다. SOC예산이 크게 줄기도 했잖나. 물론 국회 본회의에서 SOC예산 1조 3,000억원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올 한 해 다들 어땠나?

▲ 도화 김용구 부사장

김용구 : 먹고살만한 회사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넉넉한 시절은 아니었다고 회고된다. 설계, 감리 분야가 많이 축소돼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새로운 도전은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년 뒤에 결과가 판가름 나는 장기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

김영수 : 우리는 한진중공업홀딩스 계열에 있다가, 올 3월에 이슈화되고 매각과정이 진행됐다. 내부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외부의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한해를 보냈고, 수주결과가 저조했다. 한종은 적자공시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올 3/4분기에 적자공시를 했다. 올해 정말 먹고 살기 힘들었다.

▲ 유신 정철구 전무

정철구 : 예년에 비해 비슷하게 수주고를 올렸다. 원가절감비용 노력도 이어져 내부적으론 수익이 조금 났다.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우발채무가 발생할 소지가 커졌고 엔지니어링 성과품질을 가지고 문제가 야기되는 부분도 있다.

정장희 : 선거에 그런 말이 있다. ‘내가 당선된다’고 하는 후보는 반드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3사는 업계에서 기득권인데 엄살을 핀 것 같다. 2013년도 이후로 업계 수주고는 엄청나게 늘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터지기 전까지 쭉 상승세였다. 그 뒤 3년 정도 반짝 힘들었다가, 20~30위 이상의 중견급 엔지니어링사는 400억원 매출 올리던 곳이 1,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이어졌다. 데이터가 그렇게 나온다.

정철구 : 업계가 꾸준히 수주고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임금수준은 정체돼 있다. 2000년대 초반 집에서의 내 위상과, 그 이후의 위상은 차이가 많이 난다.

김용구 : 임금이 시공사보다 낮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건설산업 자체를 시공사가 리딩하게 되어 있다. 선진국에는 그런 데가 없다. 다 엔지니어링사가 리딩한다. 엔지니어링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는 분야고, 시공사는 거기서 산출된 결과를 가지고 문제없이 만들어내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이게 거꾸로 된 거다. 모든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발된다. 단지 어느 업체가 수주를 많이 해서 급여를 조금 더 준다, 이런 마인드로 좁게 생각해선 안 된다. 

이준희 : 업계의 고질적인 전관문제에 대해 논해보자.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팀장

정장희 : 대형 설계나 감리 사업이 발주되면, 전직관료가 있는 데만 컨소시엄이 짜지는 경우가 많다. 전관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면 수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조적으로 전관이 없으면 영업에서 어렵다.

김용구 : 전관이 하는 역할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전관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다면 회사에서도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하고, 자리를 줄 텐데, 도화나 한종이나 유신에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 전관이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사업이 1년에 몇 건이나 되겠나. 1,500건 가운데 한 두 건이나 될까 말까 한 그런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다. 한 0.1% 영향이 있을까 말까하다.

▲ 한국종합기술 김영수 우리사주조합장 겸 노조위원장

김영수 : 전관문제가 몇 건이 되냐,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냐, 이런 게 문제가 아니다.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상징적 의미가 상당하다. 한종 같은 경우는 전관이 거의 없다. 과거부터 전관 없는 문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론 다들 문제를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2부 ‘법제도’

▶이준희 : 올 한 해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건설기술진흥법에 대한 생각들이 궁금하다. 비판적일 거라 예상은 하지만.

정철구 : 2014년에 건설기술진흥법이 전면 개정됐다. 쭉 무관심이었다. 그런데 2017년 초에 87조 2항 신설 규정 하나가 어처구니 없었다. 그 전에는 몰랐다. 기술자를 처벌하는 87조 2항이 입법예고 되면서 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완전히 누더기법이었다.

김용구 : 87년 제정된 건설기술관리법이 2014년 전면개정되면서 이름이 바뀐 건설기술진흥법이 악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 법의 정체성을 모르겠다. 이것저것 짬뽕이다. 안전관리분야를 시공사에 주라는 등 이해 못할 부분이 많다. 그 가운데 규제나 벌칙 등을 주기 위한 조항을 10여 군데나 찾았다. 48조 가시설 조항의 경우 후진국도 안 하는,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울분이 올라온다.

김영수 : 올해 건진법 이슈가 엔지니어링산업에 미쳤던 파장은 엄청나다. 결론적으로는 노동조합, 직원들이 목소리를 냈다. 불공정 사례를 발굴하고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진법 때문에 직원, 임원, 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대응해야 하는 구심점이 갖춰졌다.

김용구 : 미국 골든게이트브릿지를 포함해 유명고속도로 SOC 시설에는 관련엔지니어를 기리는 기념판, 기념관 등이 꼭 있다. 미국은 엔지니어를 대접해줘야 선진국이 된다는 걸 아는 국가다. 엔지니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우리 땐 7년, 지금은 5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어야 기술사시험 응시자격을 준다. 중복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게 엔지니어링을 단순노동으로 본다는 것이다. 약사에게 하루에 다섯 명에게만 약 팔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100~200년 엔지니어링 역사를 가진 서양을 보면 중복도가 없다.

이준희 : 종합심사제도에 대한 생각은 복잡할 것 같다.

정장희 : 수자원공사 등 종심제 시범 사업을 보니까,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각 사별로 하나씩 사업을 나눠가졌다.

김용구 : 95년도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건설현장에서 턴키현장을 배웠다. 선진제도라고 생각했던 턴키가 시공중심인 국내에 도입되면서 이상하게 변질됐다. 종심제 도입을 두고도 국토부와 업계가 함께 논의했다. 해외 선진제도는 그대로 도입해서 써보고, 그 후에 국내에 맞게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철구 : 종합심사제도는 기술자가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문화를 위해 도입됐다. 국내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 업계는 어찌됐든 해외진출을 대비한 종합심사제도를 연습해야 한다.

▲3부 ‘향후전망’

이준희 : 한국종합기술의 종업원지주제가 업계에 큰 기대감을 가져왔다. 우리사주조합 형태의 기술자 사주제도의 향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영수 : 한종의 종업원지주제는 상장회사 최초로 진행됐다.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돈을 투자해 경영권을 가져온 회사는 한종이 전무후무할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여러 가지 난관과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길을 닦아 놓으면 우리 발자취를 뒤따라오는 업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철구 : 유신은 과점주주가 있어서 종업원지주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한종은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1,100명이 2,00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서 굴러가는 기업을 만든다면 이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이 없다. 그래서 엔지니어링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한종이 잘 굴러가야 증명이 된다.

정장희 : 엔지니어링의 생산수단은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처음 우리사주조합이 한종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이념적인 생각이 들었다. 절대왕정을 민주주의로 바꾸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원이나 대표이사나 넣은 돈은 똑같다. 모두가 주인인 회사다. 당연히 민주주의는 더 시끄럽고 어지럽다. 그러나 역사발전 단계로 따지면, 민주주의가 가장 앞선 사회다. 한종이 잘 됐으면 좋겠다.

김용구 : 예전 삼안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때도 말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엔지니어링사가 많지 않다. 한종이 사명감을 가지고 잘 해주길 바란다.
 
이준희 : ‘제1회 엔빵 라이브’ 토론회를 여기서 마치겠다. 내년에는 정부와 국회 인사들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 한 해 다들 건승하시길 바란다.

▲ 좌담회 참석자 단체사진

'제1회 엔빵 라이브 좌담회'는 엔지니어링데일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Engdaily/)을 통해 다시 시청 가능하고, 엔빵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14187)를 통해 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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