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현재와 미래, 각국전문가 스페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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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현재와 미래, 각국전문가 스페셜인터뷰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2.09.1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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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아시아… ‘공무원 전관예우’ 만국공통 이슈
유럽… 가장 큰 도전은 ‘4~5년 뒤의 미래예측’과 ‘대가 현실화’
아프리카… 부정부패 뿌리 뽑는 ‘사회구조개혁’ 선행돼야

[2012 FIDIC 서울 컨퍼런스, 해외 국가대표 엔지니어 스페셜 인터뷰]
본지는 서울의 가을하늘을 엔지니어링이란 물결로 수놓은 ‘2012 FIDIC 서울 컨퍼런스’에 참석하고자 방한한 세계 각국 엔지니어링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장, 발주자, 경영인, 엔지니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외 엔지니어링 현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녹색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엔지니어링적 해법을 모색하는 만큼 투명한 사회구조, 대중소기업 상생, 해외시장진출,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 개선 등 공통된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인 만큼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인식 또한 그 스펙트럼이 넓었다.
 

▲ (좌측부터) 카메다 회장, French 회장, 우나이이 회장, Therkelsen 회장, 히로타니 회장

대만엔지니어, “대만도 퇴직공무원에대한 전관예우가 만연”
대만중소엔지니어링협회 우나이이 회장에 따르면 대만에는 한국과 달리 엔지니어링협회가 임직원 200명을 기준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로 양분돼 설립됐다. “대만에는 총 600개 엔지니어링사가 있으며 이중 단지 10개만 대형사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이 있더라도 진입장벽이 높아 대기업의 카르텔을 깨고 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한국처럼 어렵다.”

또한 대만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퇴직공무원에대한 전관예우가 만연하다. “대만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유관업무의 기업에 취업할 수 없지만 그 후 활발한 활동을 한다. 현재 Synotec, CTCI등 대형엔지니어링사의 회장들도 공무원출신이다.”

대만경제는 자율경쟁시장을 전제로 하며 특별히 시장에 깊게 개입하지는 않으며, 대형업체들도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 관심이 없다. 대만시장에서는 사업을 하기위해 PE(professional engineering) 라이선스가 필수다. 대형업체 오너들은 이 자격증이 무조건 있어야한다고 주장한지만 중소기업들은 라이선스 보유 엔지니어를 고용 혹은 육성하기위한 출혈이 막대하다.

중소엔지니어링협회는 중소엔지니어링사 육성을 위해 환경분야 시공을 엔지니어링 쪽으로 병합하려고 노력중이고 그 외에 서비스 대가인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에 SOC 토목엔지니어링 상당히 발전하며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해외로 공격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상대가 누구인지를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중국이건 한국이건 유럽업체건 함께 사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실사구시 정신을 내비쳤다.

한편 한국시장이 외국업체들에게 폐쇄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만은 매우 개방돼서 수많은 한국, 일본기업들이 차, 도로, 댐, 철도 등 SOC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지하철 사업에는 프랑스, 독일 업체들이 함께한다. 반면 한국 SOC사업에 진출한 대만기업은 거의 없다.”

특히 대만 정부기관인 건설위원회 기술처 리시엔쟝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대만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컨퍼런스에서 대만의 공식명칭이 China Taipei로 명기됐다는 점을 FIDIC 측에 강하게 성토했다. “대만은 독립국가로서 FIDIC에 별도로 회비를 내고 활동 중이며 회비를 중국이 대신 내주지 않는 만큼 Taiwan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한중엔지니어링 상호협력 강화… “내년 10년 만기 MOU 재체결할 것”
중국엔지니어링협회 탕핑 부회장은 이번 서울 컨퍼런스를 위해 약 90명의 대규모 파견단과 함께 방한했다. “양국엔지니어링협회 9차 한중포럼을 통해 작년 합의한 해외진출협력을 앞으로 더욱 확대 지속하기로 했다. 또한 내년 10년 만기 MOU를 재체결하고 ASPAC와 FIDIC 내에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한중 양국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편 일부 중국 엔지니어들은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 참석자들은 타국 출신들에 비해 영어능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고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다”며 의사소통능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엔지니어, “모노즈쿠리를 넘어서는 지식집약서비스란 인식전환 시급”
일본 4대 엔지니어링사 Oriental Consultants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히로타니 아키히코 일본엔지니어링협회(AJCE) 회장은 정부지원에만 기대지 말고 PPP, PFI 등 민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그동안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 ODA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다음 세대를 맞이해야하는 시점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정부세수와 기타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개도국 진출에 대해 “서방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기업들도 중동국가에게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동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다”며 “현지인과 신뢰관계를 형성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 육성이 유일한 해결책이다”고 밝혔다.

기술보다 가격을 무기로 쫓아오는 중국의 도전에 대응해 희소가치가 높은 기술력 개발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희소한 자원 희토류처럼 희소가치가 높은 기술은 큰 무기가 될 것이다.”

1959년 설립된 일본 25위 엔지니어링사 도쿄엔지니어링컨설턴트(TEC)의 카메다 히로시 회장은 일본사회는 장인정신(모노즈쿠리)를 최고로 치는데 시공은 그런 분야로 간주되는 반면 엔지니어링은 그렇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타당성조사, 설계, 감리 등 지식집약서비스산업인 엔지니어링, 창의․융합을 바탕으로 한 엔지니어링이 일본산업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대국민적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엔지니링사 CEO의 애로사항… ‘4~5년 뒤 미래예측’ 및 ‘대가 현실화’
5,600명의 사원들을 거느린 Scott Wilson Group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Goeff French FIDIC 회장은 CEO로서 느끼는 가장 큰 도전은 ‘4~5년 뒤의 미래예측’이라고 답했다. “지속가능개발, 녹색성장과 같은 장기적 미래진단 보다 4~5년 뒤의 미래예측이 더욱 어렵다. 2008년 미국 리먼사태 이후 전개된 유럽의 재정위기를 2003년에 미리 예측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덴마크 COWI Foundation의 Henning Therkelsen 회장은 COWI는 한국에서 거가대교 등 굵직한 교량 및 침매터널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듯이 해저터널 등의 수요가 높아질 중국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12 ENR 세계37위의 COWI의 이사직에서 은퇴하기까지 그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그는 “80년 역사의 COWI에서 많은 도전과제가 있었지만 엔지니어들이 컨설팅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엔지니어, “지속가능개발 위해 사회적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
통상 유럽엔지니어들은 한국 측을 함께 아시아로 진출할 파트너로 인식하는 반면 아프리카 등 개도국 출신은 자국 프로젝트에 참여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자국의 부패가 심하다는 사실을 FIDIC국제행사를 통해 더욱 실감한다며 지속가능개발을 위해서 우선 사회적 시스템을 개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FIDIC이란 조직이 강제성은 없다지만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 맞는 국제표준계약와 같은 제안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부 나이지리아, 남아공, 우간다 등에서 온 아프리카 젊은 엔지니어들은 “빠듯한 예산으로 쇼핑하는 게 불가능해보였는데 한국친구 덕분에 동대문 등에서 저렴하고 품질 좋은 넥타이를 구매할 수 있었다”며 “한국인의 환대는 겪어본 것 중 최고다”고 칭찬했다. 

2012 FIDIC 서울 컨퍼런스를 마치며… 국내외 다양한 목소리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던 국내 EPC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달리 미국 벡텔社 등 해외 EPC업체들이 참석을 취소하며 직접적인 교류를 못해 아쉬웠지만 남아공 업체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았다”며 “컨퍼런스로 인해 글로벌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시내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경험한 일부 YPMTP 참여자들은 합리적 가격, 현대적 시설, 유기적인 교통흐름 등을 거론하며 자국에도 RFID교통카드로 다양한 교통수단을 환승하는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편 몇몇 해외엔지니어들은 컨퍼런스이외에 한국 방문 소감으로 "한복패션쇼, 한식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행사장 코엑스가 위치한 현대적 이미지의 강남도 매력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적인 건축양식을 견학하고 싶다"고 전했으며, DMZ 투어를 통해 세계 유일 분단국 한국의 실상을 경험하고는 남북경협의 진행 현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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