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받기에 연락해야 하나, 건설사 갑질에 신음하는 엔지니어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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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돈 받기에 연락해야 하나, 건설사 갑질에 신음하는 엔지니어링사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8.03.2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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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주고 어음주고 안주고, 엔지니어링사만 말라가
턴키/민자 하도급법 보호 못받아 제도보완 절실해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D엔지니어링사 L대표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1년전에 수행했던 턴키설계 대가를 받지 못해서다. 당초 3파전이었는데,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건설사 담당자는 "우리도 손해가 많으니 다음 턴키 때 잡아주겠다"며 엔지니어링사의 대가지급 요구를 일축했다.

대림산업의 하청업체 갑질 이후 엔지니어링업계도 건설사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술값, 밥값 대납은 상당수 줄었지만, 턴키, 민자, 기술제안 등 건설사가 발주한 외주설계비 떼먹기는 여전하다.

건설사의 외주설계 갑질은 지연지급, 축소지급, 어음지급 그리고 다음사업을 약속하며 지급을 하지 않는 행태로 요약된다.

대금지급을 지연하는 형태는 턴키업계의 만연해 있다는게 공통된 목소리다. 턴키설계 S사 관계자는 "턴키대가가 정부사업의 70% 이하로 저가인데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루다 소송직전까지 가야 어음으로 지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빚내고 어음할인해서 직원 월급 주다보니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또 "통상 30%로 책정된 선급금도 5% 또는 아예 주지 않고 성공시 보상하는 방식도 빈번하다"고 했다.

턴키 대금 미지급도 빈번하다. H엔지니어링사는 S차량기지 설계에 6개월간 수행했는데도, 건설사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며서 10억원에 해당하는 설계대금을 받지 못했다. H사는 법적소송까지 검토해봤지만, 대형건설사와 법적다툼을 하면 다른 건설사에게까지 찍혀 턴키/민자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소송을 포기하기로 했다.

H사 관계자는 "나도 손해봤으니 너도 손해봐야 한다는게 건설사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 한다는 상식이 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턴키/민자시장이 줄어드는만큼 앞으로는 엔지니어링사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규모 지역건설사로부터 떼이는 설계대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전에는 주관건설사가 건설컨소시엄으로부터 설계대금을 걷어 엔지니어링사에게 일괄지급을 했지만 수년전부터 각각의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가 따로 계약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이 경우 대형건설사는 신인도 때문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역중소건설사는 상당수 대금을 떼어먹고 있는 것. 건설, 엔지니어링사간 업종차이로 인해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M사 관계자는 "지역건설사는 설계비 떼일 확률이 아주 높다"면서 "건설사-건설사, 엔지니어링사-엔지니어링사간은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만, 건설사-엔지니어링사는 외주개념에이서 소송과정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또 "소규모엔지니어링사가 설계대금을 떼이면 거의 부도직전까지 가기 때문에 법적 보완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턴키는 고난이도 공사에, 민자는 민간의 창의와 효율에 적용되는 건설사업인데,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링사는 건설사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면서 "건설사뿐만 아니라 발주권한을 행사하는 모든 발주처의 갑질에 대해 엔지니어링사가 공동으로 보이콧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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