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갑질 문제삼는 일자리위, 예산깎는 정부 갑질이 문제라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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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갑질 문제삼는 일자리위, 예산깎는 정부 갑질이 문제라는 업계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8.05.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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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위, “적정설계비지급여부 확인해 엔지니어링 일자리 개선”
업계, “공사비 2~3% 불과한 설계비 줄이는 저예산정책부터 퇴출”
▲ 2018 건설산업비전포럼 국내세미나 패널토론 - 2018.05.29 건설회관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엔지니어링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발주자가 직접 시공사의 적정설계비 지급여부를 확인해야한다”는 대책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보고됐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의 갑질부터 개선해야한다. 정부의 저예산정책부터 퇴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29일 개최된 2018 건설산업비전포럼에서 제기됐다. 일한 만큼의 적정대가지급이 선행돼야 양질의 엔지니어가 업계로 유입될 수 있다는 논리다. 포럼은 ‘건설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건설업계관계자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회관에서 개최됐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건설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수 카톨릭대학교 교수는 작년 12월 일자리위에 보고한 바 있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10가지 대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근로환경 개선차원에서 “설계, 엔지니어링 일자리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갑질로 설계, 감리 등 엔지니어링업계의 임금수준이 열악하며, 가격중심 경쟁구조가 적정대가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교수는 “턴키사업에서 수주실패 시에 시공사가 설계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만큼 발주자가 적정설계비지급여부를 확인하고, 종합심사낙찰제 등 기술력 중심 입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해경 다산컨설턴트 회장은 패널토론에 나서 “일자리위에 보고된 10가지 대책 중 엔지니어링 항목이 1개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아가 “시공사 갑질로 임금수준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부의 갑질부터 개선해야한다”고 꼬집었다.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한국은 엔지니어링 주도의 선진국형으로 건설산업구조가 전환돼야 함에도 정부정책은 정반대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저예산정책부터 퇴출돼야한다. 설계예산은 총 공사비의 2~3%에 불과하다. 예산을 줄일 것이라면 98%에서 줄여야한다. 2%에 투자하면 98%에서 더 큰 이익 나올 것”이라며, “대가가 늘어나면 인력을 더 뽑을 수 있다. 공무원 일자리 만드는 것과 큰 틀에서 구조가 같다. 공정거래를 해야 정부의 품격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사업의 기획단계부터 타당성조사, 기본설계, 상세설계 구매조달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제외한 전분야가 엔지니어링영역이다. 부가가치가 큰 분야인 만큼 선진국은 지식집약 엔지니어링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시공이 2%에 그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은 9.9%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시공 점유율은 8.3%지만 엔지니어링은 1.9%에 그치고 있다.

이 회장은 “ADB자금으로 추진 중인 호치민 설계감리프로젝트는 대가가 4,266억원이지만, 국내방식으로 산정하면 2,530억원에 그친다. 거기에 최저가 낙찰률이 더해져 50%도 안된다”라며, “엔지니어링 상장기업인 A사의 경우 3년 연속 연매출이 1,500억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10억원에 그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 평균 이익률이 2% 미만이지만 유럽은 고임금을 주고도 8%”라고 언급했다.

뒤이어 “사업대가를 현실화해야한다. 실비정액방식을 전면 도입할 시점이다. 국토부는 반영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요율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요율방식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쓰지 않는다. 기재부가 전향적인 검토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엔지니어링은 고용창출효과가 제조업보다 5배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대부분이 임금으로 귀속되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엔지니어링대가와 낮은 임금 때문에 인재유치, 기술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40년 전 국토부에서 업계로 나올 때 주저하지 않고 엔지니어링사로 갔다. 당시 대림산업보다 엔지니어링사가 급여가 컸다. 과거에는 마진폭이 있다 보니 추가과업을 감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엔지니어링사 10년차 연봉이 시공사 초봉과 같다. 일은 복잡해지는데 요율은 제자리리고 최저가제도로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는 노임단가 또한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임단가는 매년 7월 전체 엔지니어링사(5,480개사)의 임금 평균으로 이듬해 노임단가를 산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은 상위 30%를 가지고 임금실태를 산정한다. 한국 또한 원청 업체만을 대상으로 집계를 하던지 미국식으로 상위 30%로 계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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