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민간 건축사 토목공정 문제-간사이공항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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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민간 건축사 토목공정 문제-간사이공항 침수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8.09.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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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녹음된 엔지니어링 팟캐스트 ‘설계자들’에서는 본지 정장희 기자와 기술IN 이석종 기자가 출연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 건축사의 토목공정과 제 21호 태풍 제비로 인해 발생한 일본 간사이공항 침수사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방송을 정리한 기사 편집본이다.

▶정장희 기자 : 9월6일 설계자들 시작합니다. 기술인 이석종 기자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이석종 기자 : 안녕하세요.

▶정기자 : 건축사 축대 붕괴 관련한 이슈가 있다던데 어떤거죠.

▷이기자 : 토목은 발주처라는 기술조직이 있어서 관리 감독이 이뤄지는데 민간이 진행하는 건축은 땅을 깎는 것 등과 같은 토목 부대사업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있어 안전 문제를 유발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정기자 : 관련 기술사들이 건축허가를 내주고 지자체에서도 관리를 할 텐데 왜 이런 문제가 생기나요.

▷이기자 : 제가 실제 최근에 10m짜리 옹벽을 세우는 작업을 건축기술사가 문의를 해왔는데 살펴보니 구조기술사인 제 측면에서는 도저히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돌려보냈습니다. 그 건축사는 오히려 건물주와 이미 합의된 사항인데 어떻게 하냐고 되묻더라고요. 일부 옹벽 규모에 따라서 건축사가 허가를 낼 수 있기는 하지만 관계기술자만이 할 수 있는 토목공정을 건축사들이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기도 하고요.

▶정기자 : 관계기술자에 기술사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도록 돼 있나요.

▷이기자 : 별도의 세부 규정은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많아지다 보니 일부 토목기술사들은 민간사업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관련 기술사들이 수 십 만원의 부가수익 때문에 자격이 없는 측량사무소 등에 자신들의 도장을 대여해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정기자 : 문제가 생겼을 때는 도장을 대여한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갈 텐데 겨우 수 십 만원에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할까요.

▷이기자 : 윤리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사 시험을 볼 때 윤리 관련 시험을 보기도 하고 공학 윤리를 따로 수업 과목에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업 윤리의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 토목공정은 어떤 사람이 해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건축사와 엔지니어가 갈등이 심한 외부적 문제도 있습니다. 건축사 자기들도 토목공정을 배웠다면서 말이죠. 건축사와 엔지니어의 분업화·전문화를 통한 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절실합니다.

▶정기자 : 이번에는 일본에 몰아친 21호 태풍 제비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간사이공항이 물에 잠겼죠.

▷이기자 : 방재에 철두철미한 일본인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 재난은 해수면 자체가 올라갔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해일이죠. 공항에 물이 넘어온 건지, 역류했는지, 배수시설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구체적인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간사이공항 침수는 해수면 상승과 함께 파도가 거칠게 몰아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정기자 : 토목공학의 나라라고 하는 일본 엔지니어들이 이 정도 규모의 해일을 예측 하지 못했을까요.

▷이기자 : 어제 제가 교토대 방재 전문교수의 기사를 발췌했는데요. 이 교수에 따르면 170년만에 처음 온 해일이다. 해수면 만조위인 상태에서 태풍이 몰아쳐서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는 것이죠. 해수면 상승을 고려했지만 상상이상의 것이라는 말입니다. 또 태풍의 강도가 워낙 거셌는데요. 일반적으로 태풍이 오면 기압이 낮아지는데 예를 들어 평상시 대기압이 1,013 헥토파스칼(hPa)로 알고 있는데 이번 태풍 제비는 935hPa라고 합니다. 바람도 순간 최대 풍속이 75m/s나 됐다고 합니다.

▶정기자 : 또 정박해 있던 유조선이 간사이공항과 연결되는 연락교와 충돌했다면서요.

▷이기자 :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과 간사이공항에서 밖으로 나오는 차량 도로, 그러니까 좌측 도로가 파괴됐습니다. 만약 들어가는 방향 차로까지 피해를 입었다면 복구 자체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었을 겁니다.

▶정기자 : 인천대교의 경우 배가 근접할 경우 충돌을 막기 위한 충돌방지공이 있는데 이번 연락교에는 없었나요.

▷이기자 : 일반적으로 항로가 있으면 충돌방지공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난 교량은 항로자체가 없었던, 그러니까 배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었죠. 그래서 교량의 높이자체도 낮게 설계됐고요. 일본에서도 이번 사건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기자 : 우리나라로 얘기로 돌아와서 인천공항의 해일 침수 피해나 인천·영종대교가 선박과 부딪혀 파괴될 가능성이 있나요.

▷이기자 : 지금껏 기록되지 않은 엄청난 규모의 재난이 온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죠. 그러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간사이공항의 경우 깔때기 형태로 조성된 오사카만에 위치한 지형적 특성이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반면 인천공항의 경우 서해에 위치해 있어 이번 태풍과 같은 규모의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리고 인천·영종대교의 경우 대규모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이 충돌했을 때를 감안해 충돌방지공을 설계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사고를 내려고 맘먹고 충돌방지공이 시공돼 있지 않은 교량 상하부를 선박의 최대속도로 들이 받는다면 붕괴 될 수 있겠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자 : 연락교의 교량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이기자 : 콘크리트 교량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철도교가 함께 지나다니는 복합교량인 만큼 복구에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자 : 이번 사고를 통해 향후 교량 설계를 할 때 주안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기자 : 이번 사고는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그야말로 우리의 예상을 초월한 규모입니다. 공항전용 교량인 만큼 대형 선박이 오가는 항로가 아니라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을 텐데 이번 사고처럼 교량 상판에 부딪쳐 버리면 속수무책이게 됩니다. 우리 예상보다 해상 교량이 선박과 부딪쳐 파괴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만큼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야할 것 같네요.

▶정기자 : 오늘은 건축사 민간 건축의 토목문제와 간사이공항 침몰을 다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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