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 공사장, 곳곳이 '뇌관' 제2 상도유치원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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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민간 공사장, 곳곳이 '뇌관' 제2 상도유치원 나올 수 있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8.09.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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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건축, 관급 공사와 달리 체계 허술
기초공사 하도급 인식 문제도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지난 6일 발생한 다세대주택 축대 및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가 안전진단 부실로 인한 인재로 드러났다. 특히 도시기반 시설과 같이 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달리 민간 건축물의 경우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허술해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민간 건축 현장의 허술한 관리 점검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상도동에서 발생한 상도유치원 붕괴 현장.

10일 재난안전상황실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 공사 현장 축대가 무너지면서 기울어진 상도유치원을 이날 오후까지 완전 철거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놓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행정기관인 동작구청과 시공사의 부실한 안전 점검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 문제의 다세대 주택 공사 현장은 지난 1월 17일 건축 인허가를 받았는데 다음날인 18일부터 발효된 지하안전법은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안전법은 깊이 10m 이상 터파기 공사를 할 때 지반안전성 등의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진행되는 관급 공사와 달리 민간 건축 공사는 형식적인 지도·점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토질기초 기술사는 "도시기반 시설과 같은 관급 발주 공사는 책임감리원이 배치돼 공사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하는데 민간 건축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급 공사의 경우 토질 조사 후 실제 땅을 파다가 예상과 다르면 그에 맞는 공법으로 변경해 공사를 하는데 민간 건축은 대부분 그대로 강행한다"며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관급 공사와 달리 민간 건축은 경제적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해 부실공사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토목과 같은 기초공사를 단순 부대사업으로 여기는 민간 건축 현장의 안일한 의식도 문제다. 공정 과정 각각에 관련 기술자들을 투입해 꼼꼼하게 진행되는 관급 발주와 달리 민간 건축 공사는 건물 이외의 토건, 상하수도 등 부대사업을 하도급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일부 건축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단순화 시키기 위해 관련 기술사들의 도장을 빌려 건물 올리기에 속도를 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만원의 돈을 받고 관련 기초 기술자들의 도장을 대여해 민간 공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다"며 "생명이 오갈 수 있는 건축물의 인허가에 이런 말도 안돼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윤리의식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민간 건축 현장의 허술하고 부패한 윤리의식으로 제2의 상도유치원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기술사는 "일반적으로 건물을 지을 때 철거 후 토질 조사, 설계, 건축 등의 순서가 돼야 하는데 대부분이 철거되기도 전에 토질 조사를 하라고 하니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다"며 "전국 대부분의 중소 민간 건축 현장이 비슷한 과정으로 인허가를 받았을 텐데 일종의 시한폭탄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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