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타면제, 지자체 '하이패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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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타면제, 지자체 '하이패스' 됐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01.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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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사업 中 7개 사업, 과거 예타통과 실패
환경영향평가 실효성에도 의문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정부가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예타면제 사업 선정을 마친 가운데 일부 사업이 과거 예타통과에 실패한 사업으로 확인되면서 예타면제가 경제성이 없는 SOC 사업의 '하이패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자체로부터 접수 받은 32개, 61조원 규모의 예타사업 중 23개를 선정했다. 정부는 이번 예타면제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 및 고용창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10호 예타면제 요건에 따르면 지역의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한해 논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예타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4대강사업 시행당시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바꾸면서 생겨났다.

그러나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긍적적인 측면에 반해 이번에 접수된 상당수 사업들은 과거에 이미 예타에 실패했거나 아예 조사 자체가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8,000억원) ▲서남해안 관광도로(1조원)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2,000억원) ▲동해선 단선 전철화(4,000억원) ▲국도 단절구간 연결 등 사업(1조2,000억원)은 예타면제에 실패했던 사업들이다. 총 7건으로 전체 예타면제 사업 중 30%를 차지하는 이 사업들은 9조3,00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상용차산업혁신성장 및 미래형산업생태계구축사업(R&D, 2,000억원)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4,000억원) ▲스마트특성화 기반구축사업(R&D, 1조원) ▲영종∼신도 평화도로(1,000억원) ▲새만금국제공항(8,000억원) ▲제2경춘국도(9,000억원) ▲도봉산 포천선(1조원)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4,000억원) 등은 아예 예타 조사가 시행되지도 않은 사업들이다. 이 사업들의 금액은 총 4조4,000억원으로 예타통과에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되지 않은 사업들의 금액은 13조7,000억원이다. 총 금액의 절반 이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자체 SOC사업들이 예타면제를 '하이패스'로 악용할 우려도 나온다.

특히 환경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부 사업들은 사실상 이번 예타 면제가 사업 강행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대부분의 SOC사업이 환경문제와 직결된 만큼 향후 예타면제가 남발될 경우 환경영향평가도 무색해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정부가 예타를 면제해 줬다는 것은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인데 과연 환경부가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정부가 기조를 바꿔 SOC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인데 이번 경우처럼 예타검증에 실패하거나 진행도 되지 않은 사업들을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들도 향후 다가올 총선에서 또 다른 예타면제 사업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단순 경제적 측면이 아닌 지역균형발전 요소들을 종합했다고 하지만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라며 "향후 예타 제도를 500억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것도 좀 더 신중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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