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디짠 서울시 사업대가, 본전은 커녕 밑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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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디짠 서울시 사업대가, 본전은 커녕 밑지는 장사
  • 이명주 기자
  • 승인 2019.04.29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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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발주금액, 수주하면 수익성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
국가 지정 표준품셈은 있으나 마나
관련 공무원들 인식 전환 없인 상황 전환도 없어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불공정한 서울시의 SOC 발주 체제가 엔지니어링 사업자들의 원성을 넘어 입찰기피로 이어지고 있지만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의 사업참여 기피현상이 심화됨은 물론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관련사업들에 대한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서울시 유찰 비율 타기관에 비해 압도적
사업 입찰시 유찰여부는 업체들의 참여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익성이 낮을수록 유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의 경우 이러한 유찰 비율이 타기관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의 엔지니어링 관련 사업에 대한 유찰비율을 살펴본 결과 487건 중 35.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LH가 25.8%, 도로공사 12.0%, 경기도 8.6%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업계에서는 도시 및 교통계획, 도시재생 등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 상당수가 적정 사업대가가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업체들의 불참을 낳았으며 결국 높은 유찰결과가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같은 기간 유찰된 사업들 중 63.4%가 교통 및 도시계획 분야에 집중됐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사업 입찰시 유찰됐다는 것은 관련 업체들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참여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울시가 발주하는 사업들 중 상당수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업체들이 입찰참여를 기피하는 지자체 1순위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B 엔지니어링사 도시계획 엔지니어는 "도시철도나 상하수도와 같이 규모가 큰 사업들의 경우 유찰 비율이 낮다"며 "그러나 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교통 및 도시계획, 도시재생 등의 분야의 경우 많은 사업이 발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낮은 사업대가를 책정하고 있어 업체들이 수익성을 얻지 못하는 분야로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엔지니어링 업체들 수익성은 나몰라라, 무조건 시키는 서울시
업계에서는 서울시 입찰이 수익성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례로 서울시는 지난 3월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세부시설조성계획 수립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가 예상한 사업규모는 2억9,200만원이었으나 4월 2일 유찰되며, 재입찰이 진행 중에 있다.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세부시설조성계획 수립 사업의 입찰 내역을 살펴보면 입찰참가 자격에 건설부문(도시계획)의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신고를 필한 업체 또는 건설분야(도시계획)의 기술사사무소를 등록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과업에는 도시계획시설을 의미하는 건축, 교통성검토, 환경성검토, 경관성검토, 재해취약성검토, 재해영향성검토 등 다양한 분야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재하도급이 불가피해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예산 2억9,200만원으로는 사업진행 불가능한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는 "잠실운동장 일대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세부시설조성계획 수립에 대한 사업비는 2억9,200만원이다. 그러나 입찰을 통해 약 2억원 안팎으로 낙찰될 확률이 높다. 이 중 교통관련 분야, 환경분야, 건축분야, 재해취약성 검토, 재해영양성검토 등 각 분야에 2,500만원씩, 총 1억2,500만원, 여기에 경관성검토에 3,500만원 등을 추가할 경우 하도금액에서만 1억6,000만원을 제외하고 시작해야한다"며 "나머지 4,000만원이 도시계획 사업비용으로 쓰이는데 고급기술자를 포함한 여러 명의 기술자들 10개월간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황에서 유찰은 당연하다"라고 전했다.

▼ 앞에서는 공정경쟁 외치지만, 엔지니어링 대가 편성에서는 갑질
서울시 입찰이 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독소조항에 묶여 울며 겨자먹기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실제 가격을 발주처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 입찰 참가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사가 숙지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조항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대가 자체가 적음에도 협상에 의한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면서 사업대가를 두번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사업대가 하한기준이 80% 안팎으로 고정되어 있는 반면,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하한율이 70%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협상까지 이루어지면 사실상 50% 미만으로 사업이 낙찰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낙찰 이후 발생하는 책임은 낙찰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문제는 낮은 사업대가로 사업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모든 손실을 업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업계상황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계약을 파기하고 타절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럴 경우 업체에 부과되는 제재 강도가 심해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마무리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상황이 이렇다보니 규모가 있는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서울시 입찰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빈자리를 소형 엔지니어링사들이 저가로 채우고 있어 결국 사업이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적정대가에 대한 기준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법적으로 지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 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마련한 사업대가가 있지만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가 이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적정 사업대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기준을 통해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이 잘못된 관행을 깨는 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의 발주체제는 다른 지자체들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다른 지자체들 역시 똑같은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 우선적으로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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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2019-04-30 16:35:09
서울시는 옛날부터 조금 주고 많이 요구하는 갑질로 유명했다.
아직도 뭐가 중한지 모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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