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to be done? 해외건설 ‘끝장토론’
양+질 모두 견인할 수 있는 경쟁력 길러야
Generalist 양성해, 사업관리능력 배양 필요
“해외진출의 실질적 문제는 무엇이고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제껏 세미나, 공청회 포럼 등을 통해 선언적, 형식적으로 논의됐던 해외진출방안과는 다른 시도가 민간단체인 ‘해외건설포럼’에 의해 시도됐다. 형식적인 발제와 정부고위직의 인사말은 배제하고 40여명의 해외사업 실무자가 해외건설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솔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참석자들은 질 보다 양적성과에만 중시하는 국내 건설산업의 풍토로 인해 해외건설의 저가수주와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Skanska 등 해외선진업체의 경우 기업별 연차목표 수립시 수주목표보다 수익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은 단년도 성과위주의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내실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참가자는 “최근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대형 프로젝트에서 최저가 입찰을 한 1~7등 모두 한국업체가 차지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수주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싶은 사업부서 임원들의 무리수와 실적만을 요구하는 경영진의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차원에서 입찰을 조정하는 장치를 통해 저가과당경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건전한 경쟁, 발주청 의도 파악이 관건
반면, 무한경쟁의 글로벌시장에서 정부가 국제입찰에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건전한 경쟁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낙찰률도 문제지만 발주처의 과도한 요구를 파악해 대처하는 방안이 해외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학봉 씨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는 “수주가 아니라 리스크 분석을 잘못해 실행하는 것이 문제다. UAE원전 수주금액이 200억달러인데 10%만 적자를 본다면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휘청거릴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발주자의 저가낙찰 유도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 발주자에 눌리지 말고 Bare Cost를 따져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수주의 3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리스크에 대한 조언을 하는 PM조직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실행을 넘기게 돼 도산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특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중소건설사의 해외진출은 부실만을 양산할 뿐이라는 것.
전문건설분야 한 참가자는 “한 건설사가 발주처가 제시한 예가의 99%에 수주했지만, 실제 현장을 돌려보니 시행 비용이 150%까지 급증한 사례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도 40위권 밖의 건설사는 당장 현상유지를 위해 리스크 관리능력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엔지니어링 역량강화 절실
엔지니어링 역량강화를 통한 해외진출 내실화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디테일다자인에만 집중돼 있어 컨설팅 전반에 대한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 특히, 업역별 분화된 기술사 제도로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라는 점이 해외진출의 걸림돌인 상황이다.
선진국의 경우 Civil Engineer가 사업을 총괄하고 곳곳에 스페셜리스트를 투입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경우 EPC를 모두 수행하는 반면 미국, 유럽의 선진엔지니어링은 E와 P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대별된다.
또한 한사람의 엔지니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 엔지니어링업계는 법제도의 후진성으로 인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한국은 Specialist만 많고 Generalist는 없는 상황으로 FIDIC 계약기준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조선업과 다르게 각고의 노력없이 국내사업에만 매달려 자기개발과 대형화에 실패한 것아 엔지니어링산업의 패착”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최근 밤콩대교의 사례에서 보듯 기술력보다는 로비력으로만 승부를 하는 풍토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 해외진출 미래는
토목건축사업에 대한 회의론도 이날 토론에서 제기됐다. 이미 한국의 Cost로는 현지 업체와 중국기업에 밀려 더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필요하다면 벡텔 등 선진건설기업과 같이 사업관리와 조달에 초점을 맞추고, 건설분야는 제 3국의 저가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싱가폴 지하철 사례만 보더라도 2008년에 한 건설사가 10%가량의 이익률로 제시해 낙찰됐지만, 이후에는 가격경쟁에 밀려 단 한번도 수주할 수 없었다. 또 다른 건설사는 사우디아라비아 토목건축사업에 진출해 최적의 견적을 제안했지만, 현지 업체와 타국 업체들의 가격에 경쟁할 수 없었다. 그만큼 플랜트 등 특수한 기술력을 겸비하지 않고는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이다.
연세대 한승헌 교수는 “한국은 양궁, 쇼트트랙, 레슬링, 태권도 등에서 전통적으로 강세고, 피겨, 수영, 펜싱에서 최근 두각을 내고 있다”며 “해외건설 또한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는 현재 우위를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에 대해 도전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