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부당함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2019-07-22     .

국토부 출입기자들이라면 연말에 해외건설 000달러 달성이라는 보도자료를 맞이하게 된다. 국내 수주는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니 별반 말이 없지만, 해외수주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보니 국토부 입장에서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연초에 장관이 직접 해외건설지원 방안과 올해 목표를 발표한다. 주요 해외진출 국가를 설정하고 수주목표를 제시하는가 하면, 매번 비슷한 해외진출 간담회를 열어 매번 비슷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이 왜 해외건설 수주액이 높아지는 것이 국토부의 자랑인가 싶다. 자랑을 넘어 해외수주를 자신들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1965년 1호 해외사업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를 시점으로 리비아 대수로, 주베일항 등 굵직한 수주가 있을 때마다 방송과 신문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그때마다 정부가 어떠한 수주지원 역할을 했는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민관합동이라는 말로 공기업과 기업의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진출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엔지니어링분야로 공기업 지분이 적어도, 하는 일이 없어도 항상 주관사는 민간기업을 빼고 자신들이 독차지했다.

정부가 해외수주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는 비결은 해외건설협회를 통한 7단계 보고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명분은 76년 해외건설공사와 해외건설엔지니어링 활동을 수행하는 국내기업의 과당경쟁방지였다. 단계는 ①수주활동 상황보고 ②계약체결 결과보고 ③해외공사 실적보고 ④시공상황보고 ⑤준공보고 ⑥공사내용 변경보고 ⑦사고보고 등이다.

업계는 단계가 너무 복잡하고 많아, 오히려 수주활동에 불편함을 끼친다는 입장이다. 우선 해외실적 보고를 위해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고, 경쟁전에 수주활동을 보고하는 것은 영업비밀을 노출하는 바보같은 행위라는 것. 더 우스운 것은 단계도 복잡한데 제때 보고를 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한다는 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해외실적 보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보고체계는 해외수주를 정권홍보로 활용하는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시행되는 것으로 10위 무역대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건설을 제외하고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보고를 하는 업종은 없다.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가 해외수주보고에 목메는 이유는 부처홍보와 협회비 징수 외에는 또 따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각 건설, 엔지니어링기업이 알아서 수주하고 알아서 준공하면 그만이지 왜 그것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지 되짚어볼 대목이란 말이다. 과연 어느 OECD급 선진국에서 기업의 수주활동을 정부에 보고하느냔 말이다.

7단계 보고체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지난해 김상훈 의원은 해외건설촉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요는 계약체결과 준공결과만 보고하자는 것이 법안 취지다. 각 기관별로 의견수렴도 이뤄졌는데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엔지니어링업의 경우 계약체결과 공사내용 변경만 보고하고 500만불 이하 사업은 연 1회 실적만 보고하자고 했다. 건설기술관리협회 또한 보고를 2단계로 축소하고 보고기한도 15일에서 30일로 간소화하자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7단계를 2~3단계로 간소화하자는 엔지니어링협단체의 안도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건 협상의 기술로 봤을 때는 잘못된 선택이다. 해촉법에 의한 7단계 보고가 업계에게는 도움은커녕 규제로 작용하고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정권홍보용인데다, 소위 선진국이라면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행위를 간소화라는 타협으로 마무리 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잘못된 부당함, 규제라면 타협을 하지 말고 아예 해외수주보고라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어째서 전제 자체가 잘못된 부당함에 타협해 버리냔 말이다. 결국 엔지니어링사의 원활한 해외수주활동 지원을 위해서 엔지니어링협단체는 해외건설촉진법 상 7단계보고 자체를 폐기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정장희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