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법’ 개정안… 중소엔지니어링 ‘부담백배’
서상기 의원, 18대에 무산된 기술사법 개정안 19대에 다시 회부
엔지니어링업계 반대… 기술사업계는 찬성
일정금액이상 공사설계의 서명날인 권한을 기술사에게만 부여하겠다는 ‘기술사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자 엔지니어링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지난 9월5일 법안발의 한 ‘기술사법 개정안’을 교과위 법안 소위원회에 상정하며 소위원회 복도는 교과부 등 정부관계자, 엔지니어링업계, 기술사업계 등 이해관계자들로 채워졌다.
기술사법 개정안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 및 관련 협회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기술사의 서명날인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의한 서명날인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엔산법에 의한 서명날인은 기술사가 아닌 학·경력기술자도 서명날인 할 수 있으나 기술사 서명날인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술사를 보유치 않은 중소엔지니어링업계는 문을 닫든지, 기술사를 고용해야 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상기 의원은 관리체계의 다원화로 인해 기술사의 양성과 활용에 관한 체계적인 관리가 미흡하고, 학·경력기술자 제도로 인해 비전문 기술자격자가 양산되고 있는 등 국가 전문자격제도의 실효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서 의원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공공적 성격의 대규모 사업의 설계를 검증받은 기술전문자격자인 기술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배타적 업무영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업계는 기술사의 서명날인을 3억원이상 설계사업에 한정한다고 해도 기술사 미보유 업체가 수행한 실적건수는 전체의 약 20%이며 기술사로 대체하기위해 치러야하는 비용부담은 약 3천2백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엔지니어링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을 염려하고 있다. “결국 도미노처럼 문 닫고 쓰러지는 중소엔지니어링사가 줄을 이을 것이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도로사업이 발주되면 도로 및 공항, 토질․지질, 구조 등 3가지 분야 중 주력분야인 ‘도로 및 공항’만 기술사가 서명해도 비주력 2개 분야는 학·경력기술자가 서명할 수 있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업체들에게 기술사 2명 추가채용이란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일부 업계는 비록 해당 기술사를 찾아가 서명만 받아내면 된다지만, 학·경력기술자는 설자리를 잃고 기술사의 도장 값만 올라가는 형국이 전개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서상기 의원 측은 “과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후에 설계 책임자가 없었던 구멍 난 시스템을 이제야 바로잡는 것”이라며 “그 책임을 질 주체를 기술사로 정하자는 제안”이라고 개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술사 및 학·경력기술자가 각 세부분야별로 서명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 의원 측은 “18대 때 기술사법 개정안이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지만 회의 직후 여야 교과위 위원들이 합의한 내용을 이번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안건은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비록 임의조항이라고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데 주변의 압력으로 행정부처가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예로 “관련 법령에서도 실태조사, 기술공모제 등 중요규제도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 활용 또는 운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뒤이어 만일 서 의원측 주장대로 “문자 그대로 임의조항일 뿐이라면 실익 없는 조항을 왜 추진해야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술사회 관계자는 “기술자제도가 50년이나 지났지만 현재 13개 부처가 다 따로 기술자관리를 하고 있다 보니 기술사관리체계가 비효율적”이라며 “기술자 제도를 태동단계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17대 국회부터 서상기 의원과 기술사법 개정안을 추진해온 대한기술사회 관계자는 FTA 시대를 맞이해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국내 기술사제도를 손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은 학․경력자에게도 서명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PE(Professional Engineer)만이 설계, 감리의 서명책임을 지는 미국 시스템과 다르다. 의사가 아닌 약사나 간호사에게 수술집도를 허락하는 것과 동일하다.”
반면, 엔지니어링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시스템을 운운하지만 미국이 한다고 꼭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정보통신엔지니어링영역에서는 기술사 자격증도 의미 있겠지만 대학․대학원의 커리큘럼과 ICT분야의 실무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사 자격증만 따면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사리에 맞지 않는 다는 논리다.
이처럼 업계의 찬반 공방이 치열한 기술사법 개정안은 21일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타 안건과의 논의 순위에 밀리며 이틀간 논의의 뚜껑조차 열지 못했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대선을 20여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교과위 전체회의는 물론 소위원회 일정도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