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 특집①]보급률은 99%, 유지보수는 후발주자…기술력은 다양

2020-03-18     조항일

편집자주 : 지난해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던지고 본격적으로 세계 톱10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선진국에 대한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자본력과 기술력의 정점인 국가인프라, SOC야말로 국력의 기본이다. 본지는 선진국에 올라선 대한민국 SOC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인프라를 현실화시킨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을 고취하고자 이번 기획을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상하수도 분야를 꼽았다. 신기술 자문에 대해서는 한국종합기술, 건화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았다.

▶상하수도 선진국 3단계=지난해 국내 상하수도 보급률이 평균 96.5%로 나타났다. 상수도는 99.2%, 하수도는 93.9%로 사실상 전국에 상하수도 관망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러나 보급률만으로는 상하수도 선진국을 정의하지 않는다. 보급률은 기본 상하수도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사항일 뿐 수질, 운영관리 등의 단계적 성장을 거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G2 중 하나인 중국이다. 중국은 2008년 이후 관망 정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상수도 보급률은 90%에 육박하지만 관련분야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지는 않는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중국 상하수도 시장 현황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의 상수도 정비 및 보급률은 88%인 반면 하수처리율은 41.2%에 불과했다. 시간적 흐름을 감안한다면 당시보다 보급률이 올랐겠지만 어디까지나 양적인 성장일뿐, 질적인 성장은 멀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도 그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상하수도 발전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한다. 정수처리 및 관망공급에 주력한 1기로 현재 중국이 밟고 있는 단계와 같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으로는 1997년 IMF 이전 경제성장률이 가파르던 시기다.

이후 고도정수처리 도입과 누수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 2기로 국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노 대통령은 태풍 루사, 람마순, 에위니아 등 기상관측 이례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등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총 130조 규모의 수해방지종합대책 수립을 지시한다. 특히 하천정비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당시 60~70%대에 머물렀던 국내 하수처리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사전 유지관리에 중점을 두는 3기로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물관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SOC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은 이미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종착해 있는 상황이다. 보급률=상하수도 선진국 공식이 딱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우리는 유지보수 분야로 볼때 명백한 후발주자다.

▶전국 정수장 고도정수처리화=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우리는 실제 상하수도 선진국일까. 평가 잣대는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상하수도 분야 최고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상수처리 시스템의 경우 전국 대부분 정수장이 고도정수처리가 돼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선진국이라는 수많은 잣대 중 하나다. 고도정수처리는 기존의 정수처리방법에 오존, 활성탄, 고도산화 등을 추가적으로 첨가하는 처리 공정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정수처리에서 제거되지 않는 트리할로메탄 전구물질, 암모니아성 질소 등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다.

건화가

이들이 포함된 물을 먹어도 크게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좀더 좋은 맛과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도입하는 공정으로 국내 정수장 대부분을 고도처리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수장 하드웨어와 관련한 신기술도 있다. 정수장에는 원수가 유입되다 보니 탄산화 및 염해에 의한 피복 콘크리트 손상이나 철근 부식으로 인한 콘크리트 박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보호해주고 복구해주는 신기술이 BNB공법이다.

BNB공법은 이산화탄소와 염소이온 고정 고알칼리 유기계 방청제(녹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첨가제), 방청표면 피복재, 방청단면 복구재를 사용해 열화원인의 침투를 억제하고 철근주위에 지속적인 방청환경을 조성한다.

▶비굴착 공법 세계 1위=상하수도 선진국들의 고민은 단연 노후화된 관로 유지보수다. 우리나라도 100%에 가까운 보급률은 달성했지만 관거 매설시기가 오래되면서 새로운 숙제로 안게 됐다.

이에 정부는 상하수도 노후화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땅을 파고 안그래도 혼잡한 교통을 통제해야하는 등 생활여건상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더욱이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면서 평평한 대지보다는 건물, 도로, 철도, 제방 등 악조건 속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비굴착·개착 신기술공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관거매설의 고전적 형태였던 인력, 대형 장비 방식 투입이 아닌 소형 장비로 관로를 부설하는 방식 등의 공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먼저 관을 부설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됐던 인력 및 대형실드 장비 추진과는 다르게 소형 기계화가 신설관을 놓는 방식이다. 하수관로에 매설에 사용되는 이 공법은 300mm이하의 소구경 하수관로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시간적, 비용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국종합기술이

먼저 신설관의 추진 및 도달구가 되는 두 지점을 터파기 한 뒤 가시설을 설치, 선도관(신생관)과 추진할 케이싱을 함께 매설해 굴진과 관로설치를 동시에 하는 방법이다. 도심지 공사에 매우 유리하다.

이 기술은 특히 대구경 상하수도 관거가 설치되고 도심지 및 기존 시설물 관통이 필요한 곳에 설치해야하는 소구경 관로가 많은 곳에 필요하다. 이전까지는 소구경 관로부설 전용 공법이 없어 기존의 세미쉴드, 즉 800mm이상의 관경을 뚫는 중대형 장비를 사용하다보니 비용이나 공사기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활용전망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관을 보수하는 신기술 MSHS공법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굴착 방식으로 고압호스를 이용해 관내 고온의 스팀을 공급해 이물질을 배출시키는 보수기술이다.

다기능

▶질소·인 제거가 관건 하수처리=한국은 현재 하수처리장도 정수장과 마찬가지로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있다. 하수처리과정의 주요 핵심 기술은 하수처리 중 발생하는 질소와 인을 제거하기 위한 약품투여다.

효율적인 질소 제거방법에 관한 신기술 연구와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그 가운데 혐기성 소화 탈리액의 질소 제거 방법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이 기술은 활성슬러지법(활성 오니법) 처리시 발생하는 잉여슬러지를 분해하고 남은 액체(탈리액)에 잔존하고 있는 질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건화

이러한 기술력 자체만으로도 국내 하수처리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시설 특성상 소각처리시설과 함께 대표적인 님비시설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하수처리장 지하화가 새로운 선진국형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대다수 하수처리장이 지하화된 것은 물론 해당 부지에 주거단지나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하수처리시설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은 지난 2018년 지하화를 마치고 부지에는 새물공원이 생겨 주민들의 복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하루 하수처리량 46만톤으로 국내에서 13번째로 큰 성남하수처리장 역시 이전과 함께 지하화를 위한 법안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밖에 제주공공하수처리장 역시 지하화가 논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