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엔지니어링사 그리고 떼인 돈

많게는 100억원, 경영난 가중에 주범
PM사 일괄지급→지분대로 나누자 미수금 급증

2012-11-29     정장희 기자

K엔지니어링 K사장은 도로변에 붙어 있는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현수막만 보면 마음이 울컥한다. 턴키로 인한 건설사 미수금이 50억원에 달하는데, 5일후면 급여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K엔지니어링은 직원은 한 달째, 임원은 두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턴키 미수금이 엔지니어링사 경영난 가중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수금이 재정사업을 중심으로 하는곳은 수억원에 불과하지만, 턴키/민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엔지니어링사는 1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적어도 30위권내 엔지니어링사 대부분 수십억원의 미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

SOC사업 호황기 당시에는 턴키 미수금이 경영에 큰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미수금 부담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H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미수금이 있어도 자금회전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발주자체가 없다보니 미수금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푸념이다.

주요 미수금 발생 프로젝트는 대다수 턴키로 발주했던 4대강사업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멈춰진 민자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남광토건, LIG건설, 풍림 등 중견급 건설사 도산이 미수금 증가의 주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분만큼만 설계대가 지급 → 미수금증가 원인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된 턴키는 건설사가 엔지니어링사에게 설계를 발주하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많은 폐단을 낳았다. 턴키발주가 고난이도 공정으로 설계능력에 큰 비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심의위원 로비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다 보니 설계저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정부발주 설계 낙찰률이 80% 전후에서 형성되는 반면, 턴키설계는 고난이도임에도 70%이하로 대가가 지불됐다. 여기에 심의위원 로비비용으로 제공될 비자금까지 엔지니어링사에서 부담하다보니 실제 60%대에 설계대가 만들어 진 것.

여기에 2~3년전부터 턴키설계 계약방식이 컨소시엄별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미수금이 증가했다.  즉 건설컨소시엄이 A사(40%)+B사(20%)+C사(20%)+D(10%)+E(10%)로 구성됐다면, 예전에는 주관사인 A사가 B,C,D,E사에게 설계료를 받아 엔지니어링사에 지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지니어링사가 각 5개의 건설사와 지분만큼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문제는 붉어졌다.

대형건설사인 A사는 설계료를 제때 지불하는 반면 지역중소건설사인 D,E사는 체불하는 빈도수가 커진 것.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견급 건설사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설계료 체불이 극에 달했다.

설계료 지급은 턴키사업에 낙찰됐을 때는 비교적 원활하지만, 탈락했을 때는 악성채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즉 건설사의 사정에 따라 엔지니어링사는 설계업무를 수행하고도 대가를 못받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저가수주+비자금+미수금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결국 턴키설계의 실제낙찰률은 최악의 경우 50% 근처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S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턴키계약을 지분별로 전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대형사 입장에서 리스크헤징 차원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발주자의 지위를 이용해 영세한 지역건설사와 엔지니어랑사에 부담만을 안겨 준 것”이라며 “턴키합사에서 밤을 새우며 고품질 설계를 납품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미수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사들은 건설기술의 발전을 위해 턴키를 지속해야 한다고 하지만, 턴키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설계에 대해 대가조차 제대로 치루지 않고 있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