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사업계획, 쓸 말도, 읽을 것도, 넣을 것도 없다

내년도 시황 불투명으로 전망 불가
작년도 사업계획서 돌려막기

2012-12-07     이명주 기자

"내년도 사업계획서요? 그냥 작년에 했던 것 수정해서 올렸어요", "제출이 코 앞인데 아직도 못썼어요..."

연말을 앞두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EPC 및 엔지니어링사들을 운영 중인 임원 및 경영진들의 하나 같은 소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시황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흐름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기대했던 국내외 발주들이 상당수 취소됐으며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해외 경쟁기업들에 입찰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도 전체 시황을 부양시킬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예상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경기침체와 정세 불안 등으로 여기저기서 취소 또는 규모 축소 소문도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 다년간 몸을 담고 있는 전문 인력들조차 내년도 시황과 계획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업체들이 내년도 사업보고서에 대한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관련 실무자들의 애로사항도 커지고 있다.

이에 상당수 업체 관계자들은 작년에 작성했던 올해 계획안을 조금씩 수정해 돌려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 상황을 봐도 암울한데 경제 전망을 보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내년도 4분기에나 경기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솔직히 점쟁이가 아닌 이상 내년도 사업 전망을 정확하게 추정한다는 것은 신기에 가깝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월급쟁이들이다. 이에 현실적으로는 정확하지만 사업주에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을 적어 넣기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똑같다"며 "따라서 상당수의 관계자들이 너무 부정적이지도 않게 그렇다고 모든 책임 위험 부담이 크게 부풀리지도 않을 정도로 딱 성의만 보이는 수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실질적으로 2013년도 암흑기 될 수도

한편, 발주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위업체와 나머지 업체들 사이의 실적은 벌어지고 있다. 대형사들의 경우 그나마 공격적인 영업으로 수주확보에 나선 반면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이마저도 대응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업체들 역시 안심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발주는 가뭄에 콩나듯 나오고 있으며 발주되는 프로젝트 역시 대형사가 이끌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시장의 경우 유럽 선진사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그동안의 행적과 달리 거침없는 저가 입찰을 한후 낙찰을 받는 경우가 점차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내년도 실적이 올해 대비 80% 수준에만 그쳐도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암암리에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시황은 올해에 비해 국내외 모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주처들은 경기침체와 전방산업의 소비 감소에 따른 증설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고 앞으로 가시화 될 가능성도 높다"며 "국내 역시 발전이나 도로 등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공공발주 같은 것들이 나올지는 직접 그시점에 가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든게 미지수다. 이에 내년도 사업 운영 불투명성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