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PQ는 만능키

2021-07-14     정장희 기자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우수한 사책이나 분책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PQ 평가시 평균 연봉이상을 지급하는 업체에게 만점을 주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물론 대형사에 유리한 측면이 있고 평균임금의 기준자체도 모호해 업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중견업체 입장만 보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설계능력이 우수한 엔지니어가 반드시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할 수도 없다. 테크트리를 잘 타고 맡은 분야가 잘나가서 또는 영업능력이 좋거나 경영진과 죽이 잘 맞아 고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차부장급 엔지니어가 전관보다 설계능력이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

정책제안자의 의도는 엔지니어의 처우가 낮으니, PQ에 임금을 녹여 연봉과 복지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에 인재도 안들어오고 임금불만도 팽배하니 이렇게라도 해보자가 아니었을까. 의도자체는 선했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PQ항목을 펼쳐보자. PQ에는 참여 엔지니어의 자격, 경력, 학력을 규정해 놓고 신기술은 얼마나 개발하고 활용하는지, 여기에 신인도, 상생협력까지 정말 빼곡하다. 수년전부터는 신입사원을 일정비율 뽑아야 하고 여성우대나 가족친화인지까지 세세하게 명시해놓고 있다. PQ를 보면 그 사회, 그 정권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엔지니어링사는 PQ 만점을 위해 또 가점을 받고 감점을 피하기 위해 막대한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다. 당장 PQ팀에만 가도 여기가 출판사인지 엔지니어링사인지 분간이 안되게 PQ책자가 쌓여 있다. 만점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협단체와 정부기관을 사방팔방 찾아다닌다.

PQ-Pre-Qualification는 사전에 자격을 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해당 엔지니어링사업을 수행하는데 이 엔지니어링사와 엔지니어가 자격을 갖췄나 사전에 보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핵심적인 것은 해당분야 실적과 엔지니어 이력 단 두가지다. 실적부분은 한국에 비해 허들도 낮은 편이다. 사업수주여부는 역시 제안서와 엔지니어 면접이다. 엔지니어링컨설팅의 성공을 위해 이 두 가지 말고 더 필요하게 뭐가 있나라는게 글로벌 관점이다.

연봉을 많이 주고 싶어하는 정부부처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로 착한일 하기가 쉽나. 설계대가는 요지부동인데 월급도 올려주고 싶고, 청년취업도 시켜주고 싶고, 가족친화기업도 하고 싶으면 합당한 설계대가를 책정해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면 전관, 영업과 같이 비엔지니어링 부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든지. 최근 붉어진 BIM설계만 봐도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대가상승없이 소프트웨어 구매 같은 비용만 발생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을 순수하게 엔지니어링으로 바라보는 입찰제도가 필요하다. 최상의 구조물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것만 평가하면 그만이다. 실적과 제안서 외에 더 필요한게 무엇인가. PQ는 최대한 단출하게 꾸리는게 맞다. 그래도 이런저런 배려와 정책을 엔지니어링업계에 투영하고 싶다면 그 항목을 PQ에 담지 말고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요약하면 제대로된 대가, 간단한 PQ, 규제가 아닌 포상이다.

정장희 엔지니어링데일리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