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위하여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과학자가 더 많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현대모비스 노벨프로젝트 광고 문구에 감복하고 난 뒤 필자는 씨스타를 제외한 모든 아이돌 및 걸그룹을 끊었습니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는 연예인 우대가 도를 넘어, '연예인'과 '일반인'으로 인종을 구별하며 연예인이 뭐 대단한 부류인냥 떠받들어지고 있죠. 이를 반영하 듯 슈스케, 위탄, 케이팝 등 오디션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 수만 봐도 여기가 대한민국인가 연예민국인가 할 정도입니다.
몽골에서 온 이찬혁 이수현 귀염둥이 남매듀엣 '악동뮤지션'에 풍덩 빠졌기 때문입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꿈에서도 회의시간에도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수현양의 목소리가 왱왱 거릴 정도니 말이죠.
두 달 전 이슈가 된 것을 가지고 뒷북치고 있으니 그들에게 왜 매료가 됐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악동뮤지션만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을까요? 그건 그들이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노래실력만 놓고 본다면 악동뮤지션보다 풍부한 성량과 기교를 가진 자도 있었고, 작사작곡 능력은 사실 프로의 세계로 들어오면 부족한게 사실이죠. 악동뮤지션의 천재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처음'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심사위원인 박진영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음악은 기존의 것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아무도 표현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악동뮤지션의 자작곡은 두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라는 것이죠. 모차르트, 비틀즈, 지미핸드릭스, 아바, 서태지와아이들 모두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천재 소리를 듣는 것이나 매한가지라는 것입니다.
음악계만 천재가 있을까요? 미술계, 문학계, 요리계, 이학계, 의학계 등 모든 분야에 천재성을 발휘한 천재들이 탄생했고, 우리는 이들을 위인전과 영화, 드라마를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 엔지니어링업계에는 천재가 있나 반문을 해봅니다. 초등학교 때 과학상상화를 그리면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거대한 해저도시와 바다 속 투명한 튜브를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지구와 달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이밖에도 필자가 모르는 초딩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쳐났겠죠.
발칙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그러나 학년이 거듭되고, 사회에 들어서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80~90년대 학번 중에는 건설사의 단순한 현장관리 보다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엔지니어링사에 입사한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창의성보다는 기존의 틀에 맞는 성과품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환경으로 인해 엔지니어들은 지쳐갔죠. 게다가 정부, 건설사 등 온갖 甲의 횡포와 살인적인 노동력을 요구하는 턴키제도로 인해 창의력 따위는 배부른 소리가 되는 겁니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미래비전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있는 인재들의 유입은 줄어들었고, 결국 영업과 단순노동이 엔지니어링업계를 지배하게 됐습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는 현실의 무게에 지친 엔지니어와 가능성이 보이는 대학생에게 엔지니어링의 꿈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올해 중 '엔지니어링 상상설계대전'이란 공모전을 열어 상상의 날개를 가진 엔지니어를 찾고자 합니다. 물론 연예오디션 상금에 비하면 턱없는 액수지만, 산뜻한 아이디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회는 기술적 근거만 있다면, 경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종, 종교 정치상황 모든 것을 무시하고 지구가 하얀백지라고 생각하고 디자인을 해주세요. 히말라야 익스프레스를 만들어도 되고, 북극바다 밑에 신도시를 만드셔도 상관없습니다. 남아공 희망봉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전세계 1번 국도를 실현시켜 주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아 참! 죄송합니다. 필자의 발상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발칙한 아이디어가 있다고요?
그럼 도전해보세요. 꽃피는 봄이오면 엔지니어링데일리를 통해 '상상설계대전' 공지가 뜹니다.
신선한 두뇌를 가지신 매력학과 출신 엔지니어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천재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