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짖지도 물지도 않는

2022-11-15     김성열 기자
김성열

최근 국토교통부는 원희룡 장관을 필두로 네옴시티 수주지원단을 꾸려 사우디를 향했다. 총사업비 5,000억달러를 들여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건설, 모빌리티, IT 등 다양한 업체들이 비행기에 올랐다. 선정된 회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네이버, KT를 비롯해 22개사로 알려졌다.

당황스러운 건 엔지니어링사에 원팀코리아로 함께 하겠냐는 오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수주지원단을 꾸렸던 국토부와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협회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엔지니어링업계 패싱을 모르쇠 하고 있다.

해건협은 현재 사우디에서 수주 활동 중이거나 시공 중인 업체들을 접촉했다고 한다. 정작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엔지니어링사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다른 곳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업계가 먼저 연락을 했으면 합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은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는 유행어를 생각나게 한다.

황당한 건 아무런 말도 못하는 엔지니어링업계다. 아예 대놓고 무시당했는데 화도 못 내고 왜 안 불렀냐며 따지지도 못한다. 어차피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때 부를 것이라며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불만을 늘어놨다가 높으신 분들 귀에 업체 이름이 들어갈까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네옴시티 대장주네 관련주네 하면서 몇 달간 들썩였던 상장 엔지니어링사들도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다. 회사에서는 이런 정보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냐며 엄한 엔지니어만 갈구고 있다. 장관이 직접 움직이는 정부 사업을 회사원들이 어떻게 미리 파악했어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토부보다는 밑에 직원이 만만하기 때문이다.

다들 불만은 있는데 나설 용기는 없다. 수십년 간 고개를 숙이는 데만 익숙해져서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몸에 밴 ‘을질’은 자연스럽게 업계에 대물림되면서 계속되고 있다. 남들이 볼 때 지금 처지에 만족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흔히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짖으면 시끄럽고 귀찮으니까 간식이라도 챙겨주는 법이다. 무는 개는 어련히 잘 피해 가던가 뭐라도 던져주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짖지도 물지도 않는 개는 관심도 받지 못한다. 배 까뒤집고 애교라도 부리면 귀여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