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③-2]영업과 운, 양 날개로 나는 한국엔지니어링 입낙찰

QCBS, 정량적 기술평가로 로비 전면 차단 한국형 QBS로 둔갑한 종심제, 만악의 근원 부정부패 수출, 국민세금 쓰고 욕은 욕대로

2023-10-04     정장희 기자

한국의 엔지니어링 입낙찰은 운찰과 로비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상반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실질적 실적도, 엔지니어의 전문가적인 역량도 필요가 없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당장 운찰만 봐도 소규모 PQ사업에서는 기술적 변별력 없이 업무부 담당자가 목욕재계한 뒤 제비뽑기만 잘하면 꼴찌라도 적격업체로 선정된다.

설계금액이 큰 종합심사낙찰제, TP, SOQ는 제도상에서만 기술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실제는 정성적 평가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누가 영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구조다. 종심제상에서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은 발주처와 외부평가위원인데 전자는 해당 발주처의 전관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후자는 역시 로비밖에 답이 없다. 이러한 연유로 종심제사업에서 낙찰자가 결정되면 업계는 ‘누가 어떤 높은 기술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제안서를 작성했느냐’ 보다 ‘전직관료 누구를 데리고 왔냐’, ‘영업을 정말 잘했나보다’로 갈무리된다. 

영업력이 생명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링사 상무급은 대개 일년내내 전국을 돌며 유대가 있는 평가위원후보자를 상시 관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임원이 회사에서 설계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면 눈총을 받기 일쑤고 종국에는 변방으로 쫓겨나가게 된다. 어차피 소규모 PQ는 운, 종심제는 영업력에 의해 결정되므로 한국 엔지니어링은 기술력이 배재된 채, 공무원과 공기업의 노후복지제도로 전락해 버렸다. 

▲기술정량평가, QCBS가 글로벌스탠다드

글로벌 입찰제도는 과연 어떨까. 기술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로비와 운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일단 방식은 기술과 가격을 동시에 보는 QCBS로 시작한다. QCBS 평가방식은 기술제안서-TP, 가격제안서-FP를 동시에 별도로 포장해 제출한다. 제안서가 접수되면 우선 TP를 먼저 개봉해 RFP상의 평가 기준에 의한 평가를 한다. RFP와 적합여부만 따지면 되다보니 주관적 평가요소는 일절 필요가 없다. 당연히 외부평가위원도 필요 없고 정량적 요소만 따져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발주자는 참여업체들의 입회하에 가격제안서를 개봉하고 기술+가격점수를 합산해 1위인 설계적격자를 가린다. 이후 1등 컨소시엄에 대해 가격제안서를 검토하는데 예정가격 이하로 제안을 했고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1위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돼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스탠다드 입낙찰의 핵심은 외부평가위원을 없애 주관적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의 기술력은 유사실적으로, 엔지니어의 기술력은 이력서-CV에 기재된 업무수행 내용을 통해 평가된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질문-Clarification이나 인터뷰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된다. 엔지니어의 이력이 허위로 밝혀지면 그 엔지니어는 이후 해외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 엔지니어링사 또한 최소 2년 이상 해당발주처 사업에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설계 비용은 각 사가 제시한 금액이므로 특별한 과업 변경이 없는 한 제시한 비용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모든 점이 공정하고 투명한 것이 글로벌스탠다드 입낙찰의 원칙이다.

한국에서는 십수년전부터 기술력만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QBS가 글로벌시장을 지배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장 한국 엔지니어링사가 진출하려는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는 QBS가 아닌 QCBS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QBS는 한국의 주시장이 아닌 미국, 캐나다, 영연방 그리고 유럽과 중동 일부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한국이 진출하려는 지역의 입낙찰제도에 우리의 제도를 맞추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말하는 QBS는 대형엔지니어링사와 발주자, 그리고 전직관료가 결탁된 산물로 종심제가 바로 그것이다. QBS, 종심제는 한국엔지니어링사의 해외진출과는 상관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QBS인 종심제 수주금액은 QCBS보다 많지도 않다. 애초에 엔지니어링산업을 용역으로 바라보는 관료에 의해 기초금액 자체가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한국 버릇, 세계로 세계로

한국 엔지니어링사 해외진출의 최대 문제는 한국에서 했던 발주처 영업방식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한다는 데 있다. 한국 엔지니어링사는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영업비를 훌쩍 상회하는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업도 수주하기 전에 수주금액의 상당량을 따로 떼어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만날 때마다 무차별적인 고가 선물공세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 엔지니어링사와 일 해본 개도국의 발주자는 금전이라는 마약에 중독돼 갈수록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엔지니어링사는 출혈로비로 인한 영업비용 때문에 적자에 빠지게 된다. 앞에서도 안 남는데 뒤로 한 번 더 밑지는 셈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고귀한 세금이 개도국을 부패시키는 소재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최대 컨설팅사였던 퍼시픽도 베트남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다 회사 전체가 오리엔탈컨설턴트로 인수된 일이 있다. 그만큼 소위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도덕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할 엔지니어링사가 전관의 놀이터가 돼 부패를 생산해 내는 만악의 근원지가 됐다. 전관과 로비에 의한 수주는 세금을 횡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영업방식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관과 로비로 점철된 한국 엔지니어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글로벌스탠다드를 한국형으로 둔갑시키지 말고 그대로 도입하면 된다. 글로벌시장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 방지와 윤리경영-Compliance Rule, 친환경과 사회책임, 지배구조투명성 등 ESG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쉽게 말해서 전관 쓰지 말고, 로비하지 말고,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투명경영을 하란 말이다. 이런 문제를 단칼에 잘라낼 수 없겠지만 기술 평가사업에서 제안서평가와 낙찰자 선정을 전문으로 하는 평가기관을 설립한다면 발주처와 전관으로 묶인 현 체재를 잘라낼 수 있다. 엔지니어링평가원 또는 조달청 내 평가업무를 추가시키는 방식이나 글로벌시장에서 준용되는 QCBS형 평가방법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무원과 공기업 출신들의 퇴직 후 엔지니어링사 취업을 원천 차단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관 취업 차단책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대형사의 자회사로 취업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만약 실력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엔지니어링사로 취업하기를 원한다면 이해충돌이 되지 않는 해외업무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국내 ODA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입낙찰의 글로벌스탠다드를 위해서는 글로벌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로비와 운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엔지니어링을 글로벌 기준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전관예우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은 엔지니어링사의 재정건정성과 임직원 처우개선에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