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고 싶은 엔지니어링

2023-11-21     조항일 기자

“패기는 없고 불평만 많다”, “실력은 떨어지는데 돈만 밝힌다”, “계산적이고 개인주의성향이 짙다”

요즘 20~30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이 대개 이렇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낙서가 발견됐으니 사실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만 꼰대라고 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저 인간이란게 망각의 동물인지라 소싯적 생각은 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질투를 덮기 위한 푸념이라고 이해하는게 젊은세대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전 산업 가운데 역피라미드 인력구조 1, 2위를 다투는 엔지니어링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겉으로야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젊은세대에 대한 불만을 언급조차 않는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시니어 엔지니어의 비율이 60~70%에 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업계는 혁신보다 젊은세대의 정신력을 탓하고 있다. 이공계 중 연봉은 최저수준에 가까운데 꼰대 문화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들이 올 리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다독이지도 않는다. 매년 열리는 무수한 엔지니어링 관련 행사에서 젊은 세대는 설 자리가 없다. 언제나 회장, 임원급이 VIP 자리를 차지하고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하며 무겁다. 대통령표창부터 무수히 많은 상을 뿌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성세대만의 리그다. 젊은세대는 그저 꽃돌이, 꽃순이일 뿐이다.

지난주 마이다스아이티가 개최한 ‘마이다스스퀘어24’는 그동안 엔지니어링업계가 젊은세대에게 진정성이 있었는가 의문을 가지게 했다. 물론 행사의 성격이 실무자와 주니어 엔지니어들이 자주 이용하는 프로그램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많은 젊은 엔지니어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심지어는 수백명의 대학생 신분 예비 엔지니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클럽에서나 나올법한 노래들이 어우러지면서 딱딱한 행사라기보다는 파티에 가까웠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인데도 대부분이 자리를 끝까지 지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한 이벤트였지만 콘셉트에 따라 얼마든지 젊은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를 확장해보자면 회사는 진정성을 가지고 젊은세대가 오고 싶어하는 엔지니어링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고민해봐야한다. 그저 세미나를 열고 외부환경을 탓하면서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 건 젊은세대에 대한 기만이다.

기성세대의 역할은 영업이 아니다. 후배들이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들은 하지 못한 해외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리고 자부심의 척도는 돈이다. “요즘 친구들은 돈으로 안된다”는 말을 스스로 하고 있다면 젊은세대에 대해 인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난한 과정을 알면서도 기꺼이 의대를 가겠다는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체 무언가. 설령 돈이 아니더라도 그 시절 당신과 같은 엔지니어에 대한 로망을 가진 젊은세대도 많다. 다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환경과 진정성 없는 기성세대의 모습에 오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