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로만 응원받는 E&E포럼

2024-02-23     정원기 기자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때 E&E포럼에서 나온 고견을 토대로 정책과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며칠 전 열린 E&E포럼 제3차 세미나에서 정치권은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한 정책·법안 지원을 약속했다. 단 영상으로만. 

E&E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은 의원 3명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요즘 선거 시즌이다 보니 이해는 되지만 주최자 모두가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최자 전원 불참 사안은 정치권이 엔지니어링업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위로는 통하지 않는다. 지난 1,2차 E&E포럼에서도 인사말 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엔지니어링업계는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홀대를 받아왔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지난해 엔지니어링산업은 산적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서 들러리를 섰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설계회사와 엔지니어링사를 보고 용역업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장해서 기업 존폐가 걸린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 반대 기자회견에는 참여나 지지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 없이 썰렁했다. 지방계약법은 부실 설계·감리자에 대한 입찰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무관심이다.

오히려 개식용 금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고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치권의 관심으로 개 식용 금지법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엔지니어보다 개가 더 대우받는 웃픈 현실이다.

이런 푸대접은 엔지니어링업계 스스로가 만든 결과물이다. 의사나 간호사는 협회 및 회원끼리 똘똘 뭉쳐 자신의 이익을 대변한다. 몇만명이 집결해 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좋든 싫든 정치권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엔지니어링업계는 어떠한가. 탄원서를 제출할 때는 기업 오너 대신 직원이 제출한다. 발주처에 찍혀 수주에 실패하는 일이 걱정되서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단 파업을 불사하는 타업계와 비교된다. 파업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엔지니어링업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말로만 응원받게 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줄이 달린 선거를 위해 E&E포럼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합당하다. 엔지니어링업계가 이들에게 큰 도움 되지 않아서다. 엔지니어들도 했던 말 또 하고 뜬구름 잡는 포럼 대신 지방계약법이나 중대재해특별법에 관한 투쟁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