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빠진 ODA, ISP가 새로운 대안

산업부 1차관, 세계은행 부총재 면담… 산업발전프로그램(ISP) 논의
엔지니어링업계 환영… 산업발전마스터플랜수립, 협력대상분야 F/S 등 기대

2013-04-03     이준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산업발전프로그램(ISP)을 통해 “수혜국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고 국내업체의 해외역량강화까지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한국형 ODA가 이뤄질지” 업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일 김재홍 1차관이 세계은행(WB) Devan 부총재를 만나 산업클러스터 및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 한국산업발전경험 전수와 WB 차원에서의 공동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재홍 차관은 “한국은 지난 50여년간 성공적 산업화 경험을 개도국의 산업화를 위해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개도국의 구체적 산업역량강화를 위한 ISP를 수립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업체에 남는 것 없는 한국형 ODA… 대대적 개선 필요
국내 ODA는 기획재정부로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이 위탁운영 중인 유상원조 EDCF, KSP와 외교부의 코이카 무상원조로 양분되어있다.

반면, 최근 일부 언론은 “EDCF사업이었던 몽골 화력발전소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현지의 비판을 받고있고, 필리핀 통근철도 사업도 이주민 발생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한국이 수혜국이 원하는 ODA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에 수은 측은 “몽골의 경우 운영과 관리는 몽골 책임 하에 실시하기로 문서로 합의 했으며, 필리핀 정부에 이주문제의 원만한 해결 필요성을 제기해 ADB의 이주 컨설턴트도 고용해 현지 불만을 해결하는 데 노력해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수원국도 중요하지만 수혜국인 한국의 기업이 저가 수주 등 남는 것 없는 장사를 하는 현실은 바로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의 유무상원조 통합관리 기관인 JICA의 사례를 들며 “한국의 ODA가 수원국의 수요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산업이 빠진 ODA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공항 도로포장사업을 JICA지원으로 일본기업들이 6,000억달러에 수주했는데 내 눈에는 600억달러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JICA는 시공, 자원개발 등에서 엄청난 수익을 남겼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최근 일본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45조원 규모 JICA사업을 수주했다”면서, “국내 ODA 수주과정에서 엔지니어링이 시공사의 하도업체라는 인식이 남아있어, 해외에서 인정 받을 만한 엔지니어링사 육성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ISP, 한국형 ODA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나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부가 추진 중인 ISP가 수원국과 수혜국이 윈윈할 수 있는 성공적인 ODA 모델이 되길 바라고 있다.

중견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개도국은 한국의 마스터플랜, F/S, 설계, 유지보수 등 엔지니어링 역량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국내 원조기관의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수혜국과의 마찰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산업부가 ISP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는 이유다.

산업부에 따르면 ISP는 Industrial Capability Sharing Program의 약어로 개도국의 산업발전마스터플랜 수립, 협력 대상 분야 F/S, 시범사업 추진을 뜻한다.

김재홍 차관과 논의를 한  Devan 부총재는 “베트남 인큐베이터와 에콰도르 경제특구 조성에 관해 정부와 세계은행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테크노파크 등 산업클러스터와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대한 한국의 노하우 전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김재홍 차관은 지식경제부시절 성장동력실장을 하며 신재생에너지, 엔지니어링 등 산업융합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김 차관은 논의 과정에서 향후 WB와 유망 협력 분야로 신재생에너지, 수처리, ICT 등을 제시했으며, 공동프로젝트 발굴 및 금융협력도 제시했다.

한편, 산업부 관계자는 “WB 부총재 면담은 산업부 출범에 따른 통상기능 이전이후 첫 면담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산업부는 중요성이 증대되는 개도국과의 협력을 위해 WB 등 다자개발은행과 협력을 확대해 해외일자리 창출과 기업 진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