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건설지원센터 출범 3년, 건설기술인 신고 실종된 이유

“신고 확인 과정에서 익명성 보장 못해” “현행 지침만으로 갑질 대응 어려워”

2024-06-19     조항일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정부가 발주청의 건설기술인에 대한 갑질을 막기위해 출범시킨 공정건설지원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21년 건설공사 및 건설기술인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가 가능한 공정건설지원센터를 5개 지방청에 설치하고 운영중이다. 이 중 건설기술인은 ▲설계·시공 기준 및 업무수행과 관련된 법령 위반 ▲건설공사 설계도서, 시방서 또는 그밖의 관계 서류의 내용과 맞지 않을 경우 ▲건설공사의 기성부분검사, 준공검사 또는 품질시험 결과 등을 조작·왜곡해 거짓으로 증언·서명한 경우 ▲법령에 따른 근무시간 및 근무환경 등에 관한 기준을 위반한 경우에 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건설기술인 관련 불공정사례가 센터에 접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지방청 관계자는 “불공정사례가 몇건이나 접수됐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신고 내용 대부분이 불법하도급 관련”이라고 밝혔다.

건설기술인의 신고가 저조한 이유는 센터 운영지침에 있다. 건진법 시행령 공정건설지원센터의 운영에 따르면 신고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신고자의 인적사항은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업무처리과정에서 사실상 익명성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신고양식을 보면 어떠한 발주청의 사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기재하도록 돼 있다”면서 “과태료나 포상금 지급 등을 위해서는 센터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재내용을 보면 신고자가 특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갑질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도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다. 현재 기술인이 불이익으로 신고할 수 있는 경우는 발주청의 부당행위 요구를 거부했을 경우 또는 직급이나 처우 등에 대한 불이익이 생겼을 경우다. 나머지 신고 가능 유형은 설계 법령 위반, 설계도서 일치여부 등 업무적인 범위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이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갑질은 흔적이 남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이뤄지는게 태반”이라면서 “현재 센터의 지침만 가지고는 발주청의 무수한 갑질에 맞서는게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대표, 오너들이 발주청의 갑질에 대해 앞장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표들도 발주청에게 찍힐까봐 쉬쉬하는데 기술자들이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적극적으로 신고하겠나”라면서 “업계가 합심해서 대응하지 않는다면 결코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E엔지니어링사 관계자도 “지난 지방계약법 관련 대규모 집회를 계획할 때 회사마다 직원들을 할당해 참석하도록 하고 대표들은 나가냐마냐 전전긍긍하지 않았나”라면서 “필요할때만 기술자를 앞세우고 뒤로 숨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