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이 도떼기시장인가"…대형사 판로지원법 강력반발
이달 전격시행, 1억원-50인, 2.3억원-300인 이상 참여불가
FEED, F/S 대기업 출입금지, '나눠먹기 포퓰리즘'의 절정
2.3억원 미만 사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판로지원법 시행령이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면서 상위 30개사가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명규 의원이 발의해 지난해 6월 통과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에 대한 시행령이 이달말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판로지원법은 당초 2.5억원 미만 사업에 대해 50인 이하의 소기업만 참여토록 명시됐다. 하지만 각업계에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쇄도하자 1억원 미만-소기업, 2.3억원 미만-중소기업만 참여하도록 수정됐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업계, 특히 상위사는 판로지원법은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무시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기청대로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시키면 예비타당성검토, 기본계획, 각종 영향평가 등 사업비는 작지만 난이도와 중요도가 높은 사업을 중소사가 수행하게 되는 반면 대기업은 단순성이 높은 상세설계만 수행하게 된다. 또 KDI 등 연구기관에 발주되는 예타의 경우 대부분 1억원 미만이고, 주요 기본계획도 2.3억에 미치지 못해 고부가가치영역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FEED, F/S분야의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나눠주기식 포퓰리즘에 의해 엔지니어링기술력이 꺾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난이도 업무인 FEED분야에서 대형사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SOC사업의 완성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사에 직접적인 타격 또한 예상된다. 대형사에 대한 조사결과 2.3억원 미만의 사업의 수주비율은 5~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기불황의 상황에서 이나마도 큰 금액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전차용역, 연관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등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취약분야에 대한 실적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대부분의 대형사의 경우 2억원 미만의 사업은 관심을 두지 않지만 취약분야만큼은 실적확보차원에서 사업비가 아무리 적더라도 참여하는 상황"이라며 "판로지원법의 논리라면 대형사는 현재 강한 분야 외에는 더 이상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이는 융복합과 대형화를 통해 해외사업을 개척하자는 현시점의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판로지원법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대형사에 포함되는 30~40개 엔지니어링사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수주분야가 한 분야에 집중된 10위~30위권 내 엔지니어링사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반면 중소엔지니어링사는 법안을 대거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기청의 판로지원법 시행에 대해 주요 대형사는 업계에 연판장을 돌려, 판로지원법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의식해서인지 판로지원법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발 민원이 쇄도할 경우 중기청을 통해 오는 23일까지 부처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로지원법에 대한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차관회의 뒤,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식적인 상황이라면 엔지니어링분야에 대한 예외조항이 게재되겠지만, 중기청이 현 정부의 주력부처다보니 통과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