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게 왜 네돈이야
“올해는 정말 걱정입니다”
한해 전망에 대한 경영진의 대답은 늘 똑같다. 작년초에도 마치 짠 것처럼 모두가 같은 말을 했지만 결론은 역대 최대실적으로 돌아왔다. 10여년 가까이 엔지니어링사 경영진들은 매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의 거짓말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잘나가면 잘나가는대로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된다. 또 하나는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한다는 명분이 생겨서다.
특히나 작년 한해 기가막히게 장사를 잘 한 엔지니어링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후자가, 정확히는 성과급 지급 문제가 신경쓰인다. 고민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올해 설은 유난히 빠르게, 또 왜 이렇게 긴 것인지 원망스러울 뿐이다.
성과급 지급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직원이 “주는게 어디냐”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럴일은 없다. 성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불만이 나와도 내규를 핑계삼으면 되겠지만 엔지니어링업계를 통틀어 체계적인 제도를 갖춘 회사는 몇 안된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성과정도, 직급, 시기 등 지급방식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조합에 따라 수십억이 왔다갔다 한다.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야만 불만이 나와도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 그 작업이 얼마나 어려우면 수년전 모 기업의 사장은 “성과급 제도를 만드는게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냥 만들기 싫다”라는 속내를 내비쳤을 정도다.
결국 회사는 깜깜이로 제도를 만든다. “부서가 실적을 내도 회사 성장률이 마이너스면 성과급은 없다”라던지 “팀 실적이 좋아도 개인 성과는 별도”라는 식으로 말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면 준다던 성과급 규정이 까다로운 보험약관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주기싫다”는 속내를 표현할 것일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직원에게 성과급과 별도로 위기극복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했다. 대내외적으로 침체된 한국 경제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결정이었다. 규모가 새발의피도 안되는 엔지니어링업계가 국가위기에 따른 격려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 그저 역대급 수주를 이끈 직원들에게 제대로 성과를 측정해 표시를 하라는 얘기다. 누군가는 “이게 왜 네돈이야” 하겠지만 직원들의 노고로 사옥을 매입하고 또 세우지 않았던가. 더 이상 수주가 잘 될 땐 “한단계 도약을 위한 비축경영에 들어가야한다”는 이유로, 반대 상황에선 “회사가 안좋은데 돈이 어딨냐”며 직원들에게 가스라이팅이 먹히던 시절은 지났다. 그러기에는 엔지니어링사가 너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