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형프로젝트, 가짜 아닌 진짜엔지니어가 주역

1년에 20건? 상식 밖 전관경력 해외발주처 코웃음
영미권 누르는 힘, 특화된 엔지니어링 능력밖에 없어

2013-04-25     정장희 기자

국내에서 특혜를 받는 전현직공무원들의 경력과 능력이 해외에서는 대다수 무용지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관 대부분이 설계능력과 외국어 능력없이 감독을 통해 경력과 실적을 쌓은 만큼 해외발주처의 경우 인정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본지가 최근 수주한 해외대형프로젝트의 엔지니어 참여도를 조사·분석한 결과, 사업수주 및 설계과정에서 전직공무원 즉 전관의 역할은 미미한 반면 핵심기술역량을 갖춘 사업책임자급의 엔지니어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될 건설기술관리법상 경력산정에서 엔지니어는 등급별로 1.0~1.6의 계수를 곱하는 반면 공무원은 모든 경력에 대해 사업책임자급인 경력지수인 ×1.6을 부여할만큼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경력건수도 엔지니어는 1년에 2~3건이지만 공무원은 10~30건에 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일년에 20건을 설계·감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만큼은 가능하다"고 했다. 즉 공무원이 실제 감독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1~2건에 불과하지만 해당기관에 타프로젝트까지 포함시켜 십수건의 경력이 완성하고 있는 것. 이 때문인지 대다수의 전관들이 엔지니어보다 10년 이상 빠르게 PQ만점을 획득하고 있다. 여기에 발주처가 전직장이다보니 유무형의 이득을 함께 보며 엔지니어링업계를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사업에서는 전관의 막강한 경력과 지배력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건수를 위주로한 경력증명서에 의존하는 한국과 다르게 해외대형프로젝트는 엔지니어의 능력과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공무원의 경력내역을 현지 발주처와 선진엔지니어링사에 보이면 동네공사도 아니고 일년에 어떻게 수십건을 수행하냐며 Obvious lie, Fake record(명백한 거짓말이며 조작된 실적이다)라고 코웃음을 친다"고 했다.

실제 선진컨설턴트들의 경우 프로젝트 수행중심으로 이력서, 자기소개소서를 스스로 작성해 발주처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날 경우 업계에서 사장되는 것이 불문율로 검증 프로젝트 수행중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국내 전관들의 대다수가 해외프로젝트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류상의 실적 외에 발주처가 요구하는 설계와 외국어 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관들은 직급과 인건비가 높고, 기술력은 없어 해외사업에 부적합하다"며 "해외출장을 가도 엔지니어나 통역을 붙여야 해 비용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보은 위주로 작성된 엔지니어링육성 방안을 폐기하고, 핵심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에 대한 육성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Untied, 50억원 이상으로 발주돼 한국엔지니어링사가 수주한 대형프로젝트 핵심인력의 대다수가 순수엔지니어인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계획, 장대교량, 플랜트 등은 세계유수의 엔지니어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엔지니어의 특화된 기술력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내에서 전관에 밀린 엔지니어가 정작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현실부터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