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출산도 기업 몫인 나라
조달청 기술용역 적격심사 신인도 평가기준을 보자. 정책지원 파트를 보면 총 10개의 가점항목이 있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을 시작으로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일생활균형 캠페인 참여기업,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일자리 으뜸기업, 노동시간 조기 단축 사업장 등이다. 대한민국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가 모두 포함돼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이들 중에서 보통 1~2개, 많으면 3개 정도를 겨우 갖출 수 있다. 정책지원 가점에서 받을 수 있는 가점이 최대 1점인데 엔지니어링업계는 가족친화인증기업 정도를 포함해 대부분이 0.4~0.8점 수준에 그친다. 0.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매년 간당간당하게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저출산 PQ가 나오면서 더욱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조달청은 2025년 업무계획에서 저출산 PQ 가점 계획을 밝혔다. 시공사 도입은 확정적이고 엔지니어링사는 검토중이라지만 형평성 문제로 포함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별의별 추측이 다 나오고 있다. 출산이 가능한 기혼자 비율부터 따진다던지, 아파트 청약처럼 다자녀를 기준으로 점수를 준다던지 식의 발상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식이면 부부관계 횟수도 공개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돈다. 뭐가됐건 이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 엔지니어링사는 실력을 갖춘 인재를 제쳐두고 기혼자, 다자녀를 둔 사람을 우선해서 뽑게 될게 뻔하다.
기업의 가치는 시대와 상관없이 이윤의 추구다. 사회적 책임은 고용창출과 경제적 기여면 됐다. 아무리 사회가 고도화돼도 본질은 변할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부는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수년전부터는 PC주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을 망치고 있다. 트럼프가 피자토핑 마냥 늘어난 성(性)을 행정명령으로 남성과 여성 두개만 인정한다고 한 건 그냥한 소리가 아니다.
기업의 저출산 기여는 본연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면 알아서 해결된다. 밀리지 않고 월급을 주면서 안정된 고용을 보장한다면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다. 저출산, 저출산 해도 산부인과와 난임병원에는 생명잉태를 원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다. 정부가 정책독려를 한답시고 공산당식으로 밀어부치면 결국 기업의 본래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의 진짜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국회에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조이고 댄스를 만들었다. 괄약근에 힘을 주고 춤을 추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결국 출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복지부 장관상을 받는 쾌거까지 이뤘다. 국회에서는 순풍포럼이 창림됐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착안해 아이를 순풍순풍 낳길 희망한다는 뜻에서 만들었다는 포럼은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남녀가 자유롭게 연애를 해야 뭐라도 이벤트가 생길 마당에 국회에서는 비동의 강간죄를 발의했다. 저출산 PQ를 만든 조달청에서는 특허기업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우선구매대상을 여성기업에게는 적용시켰다. 이 나라의 저출산을 누가 종용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