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가 간다] “폭우에 도전하는 20m 수문” 충주댐, 비상여수로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한반도 중심부를 관통하는 한강 본류에 건설된 충주댐. 40년 가까이 안전하게 물줄기를 조절했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보강 공사가 한창이다.
충주시 종민동과 동량면 조동리 사이, 산자락을 따라 좁은 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이 위용을 드러낸다. 바로 국내 최대의 콘크리트 중력식댐 충주댐이다.
댐에 가까워질수록 물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이 97.5m, 길이 447m, 저수용량 27억5,000만톤의 댐으로서 유역면적이 6,648km²에 이르기 때문이다. 눈앞에 마주했을 때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댐 주변에는 이상기후로 생긴 이른바 물폭탄에 대비한 최종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극한 홍수에 대비하고 댐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충주댐 치수능력증대 프로젝트다.
충주댐 방류 능력을 키우는 사업은 지난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초대형 태풍과 홍수 피해를 겪은 뒤 논의됐다. 정부의 23개 주요 댐 리모델링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충주댐 비상여수로 역시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다.
통계는 이런 대응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국내에 내리는 빗줄기 양은 매년 늘어 평균 강수량은 최근 5년 사이 45.8% 증가한 1,740㎜로 기록됐다.
김웅경 DL이앤씨 부장은 “충주댐의 치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댐 좌측 인접지역의 지형에 3개의 터널식 보조여수로를 건설하고 있다”라며 “터널부 굴착 완료 후 터널 라이닝공사까지 진행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터널 유입부에 들어서자 거대한 수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폭 10m, 높이 19.8m의 레이디얼 게이트 6문이 버티고 있었다. 레이디얼 게이트는 수로의 유량을 조절하기 위하여 강제의 문을 상하로 개폐하는 수문 형식의 일종으로 강한 구조가 특징이다.
이 수문은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홍수가 발생할 경우 문을 개방해 폭우를 통제하게 된다.
수문 뒤로는 거대한 원형 터널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 올려다본 천장은 아찔할 정도로 높아 고개가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졌다. 터널의 높이는 16.3m로 아파트 6층에 해당하는 규모다.
터널 안을 따라 유출구 쪽으로 이동하자, 완만했던 경사가 점차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끝단이 스키점프대처럼 위로 휘어진 구조가 눈에 띈다. 유출부 감세공이 플립 버킷형으로 만들어져서다.
플립 버킷형은 방수로 말단에서 물을 공중으로 사출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물이 너무 빠르게 하천으로 흘러들 경우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어서 도수로 끝단에서 물줄기를 공중으로 한 번 띄워 흐름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김웅경 DL이앤씨 부장은 “지형 여건을 반영한 터널선형으로 방류 각도가 최적화돼 댐체와 하류제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라며 “보조 여수로를 통해 초당 1만1,000톤의 방류량을 확보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방류량의 약 65%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장에서는 마지막 작업이 분주한다. 유출부 구조물 작업, 제어 시스템 점검, 상류 가물막이 철거 등 남은 공정들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극한 폭우와 이상기후에 대비해 한창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는 충주댐.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필완순 DL이앤씨 충주댐 현장소장은 “직경이 16.3m로 국내에서는 최대 수로 터널이며 숏크리트나 터널 라이닝 공간까지 생각하면 굴착 규모가 더 크다”라며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어려운 공정에도 불구하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