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윤철 도화엔지니어링 PMC 단장]“발주청 축소돼야 한국 PMC가 큰다”

2025-07-08     조항일 기자
박윤철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전세계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의 파이가 PMC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발주 사업뿐만 아니라 MDB사업에서도 PMC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해외시장점유율이 1%도 채 안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PMC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열세인 PMC 시장에서 도화엔지니어링이 페루 친체로 공항에 이어 두번째로 몽골에서 울란바토르 메트로 1호선(UBM1) PMC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윤철 도화 PMC 단장을 통해 한국 PMC의 현주소와 성장동력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몽골에 있는 관계로 서면으로 진행됐다.

▲몽골 울란바토르 메트로 1호선 사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울란바토르 지하철은 수도 울란바토르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전략 인프라 사업이다. 총연장 19.4km 중 대부분 구간에 TBM 공법을 적용한다. 14개 지하 정거장과 1개 지상 차량기지 정거장, 1개의 차량기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도화의 업무범위는

-이번 PMC는 단순 감리를 넘어 사업 전 주기를 총괄하는 통합형 사업관리다. 2024년 7월 PMC 계약을 체결하고 타당성조사(FS), 콘셉트 설계, EPC 입찰문서 작성, 시공단계 감리, 시운전·운영관리 교육(O&M 트레이닝)까지 전과정에서 사업을 지원하고 관리한다. 여기에다가 운영 조직 구성, 전문인력 양성까지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몽골 정부의 비전 2050 국가 개발 전략과도 연계돼 있어 몽골 도시철도망 확대 뿐만 아니라 한국형 도시철도 기술과 PMC 서비스 글로벌 확산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친체로 PMC와 다른게 있나

-친체로는 이미 신공항 설계가 완성된 상태에서, 그리고 시공단계에서 감리 서비스도 별도로 발주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업은 앞서도 말했듯이 도화 PMC가 FS와 컨셉디자인을 수행하고 EPC 단계에서 감리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또 친체로는 발주청으로부터 중간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았던 반면 울란바토르 메트로는 전적으로 발주청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을 발주청이 한다.

▲국내에서는 몰라도 글로벌에선 여전히 약자다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것처럼 도화도 PMC 분야에서 압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역량도 가지고 있다. 울란바토르 PMC 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단계 더욱 성장할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현재 전세계 PMC 글로벌 시장의 형세는

-아무래도 미국계열의 글로벌사들이 강세다. 우리나라 고속철도 사업 초기에 참여했던 Bechtel이나 인천국제공한 건설사업관리를 했던 Parsons, 평택 미군기지 인전사업에 참여한 Jacobs 등이 PM 시장의 강자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은 전통적인 설계감리를 벗어나 PM으로 체질개선을 한지 오래됐다. 이들 외에도 유럽 글로벌사들이 미국과 함께 전세계 PMC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PMC 사업의 핵심 요소는

-국내 업체의 사업관리 역량을 놓고 봤을 때 PMC 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사와 조합을 이뤄야 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열세니까. 그리고 이 조합에는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업체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 기술자들의 전문성 제고와 양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PMC 서비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도화는 PMC 수주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

-타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연히 전사적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해외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도화는 타 엔지니어링사들과 비교해 해외사업 수주를 위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깔려있다. 회사를 띄우려는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해외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도 확고하다.

▲정부 차원 또는 교육제도에서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앞서 말한것처럼 PMC의 핵심자원은 사람이다. 글로벌 역량을 가진 전문가층을 충분히 확보하고 PMC 수주를 했을 때 수행가능한 회사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PM 시장의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는 일부 회사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환경을 만들 수는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내 PM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각 공기업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메니지먼트를 시장에 내주어야 한다. 국가철도공단이나 도로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수행하는 업무가 바로 PM업무다. 이들의 업무를 국내 시장에 풀어주고 민간기업이 수행하게 함으로써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교육분야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PM학과가 개설돼 있는데 좀더 글로벌적인 관점에서 실효적인 측면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발주청이 걸림돌이란 것인가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들을 보라. 민간기업에 해외 PM 사업 수주를 독려하지만 공기업이 국내 사업관리 시장을 독점하게 내버려 두고 있지 않나. 이러한 현실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진 PM전문가 배출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AI시대로 기술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PMC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AI시대가 되면 노동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PM 분야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PMC와 같이 무형의 서비스를 창출해서 발주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자료, 정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AI가 필수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가 PMC의 능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AI를 PM과 적절하게 결합시킨다면 글로벌시장과 벌어진 간극을 상당부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프로필

-동아건설산업
-한국전력기술
-국가철도공단
-경기철도(신분당선, 정자-광교 SPC)
-도화엔지니어링(리마 메트로 2호선 감리단장, 현 울란바토르 메트로 PMC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