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시장 확대 “대형사 로비, 질서 흔들어”
SOQ방식, 전관 로비 장려 대형사는 역차별 주장
(엔지니어링데일리)박성빈 기자=안전진단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사의 전관 낙찰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신규 도로 발주가 줄어들자 도로 업계는 노후 인프라 안전진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된 도로·교량·터널 안전진단 발주는 총 8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설 도로 설계는 1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안전진단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과열됐다는 점이다. 업체 등록 요건은 건설안전 분야 특급·중급·초급 기술자 등 총 8명 이상 보유로 진입 문턱이 낮다. 동시에 국토안전관리원 시설물 통계를 보면 안전진단 전문기관 수는 지난해 기준 1,524개로 2020년 1,086개였던 것에 비해 40%가량 늘어났다. 매해 100개 이상 설립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시장이 올해 6,8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많은 업체가 몰리는 시장임에도 수주는 대형사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견사는 도로공사·철도공단 등이 발주하는 10억원이상 안전진단에서 대형사 전관 낙찰이 팽배하다고 항변했다. 기술력을 보겠다는 취지의 SOQ가 정착해서다. 평가위원 5-10명이 참여사 발표를 듣고 등급을 매기는 식이기에 대형사 로비가 개입하는 것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최근 발주된 안전진단도 도로공사 전관이 있는 대형사가 낙찰 받았다”며 “영업력이 되는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필요 없는 분야까지 SOQ를 정착시켜 전관 로비를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A사 관계자는 “시설물별 세부지침에 평가방법, 보수·보강 및 유지관리법 등이 다 명시된만큼 안전진단은 업무가 정형화됐다”며 “특별한 기술력을 볼게 뭐가 있냐. PQ 실적을 채운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금액이 낮은 지자체 발주는 중소업체가 파고들고 있다. 대부분 2억원 이하 입찰로 최저가 방식이다. PQ심사도 생략돼 실적 없는 신규업체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중견사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사는 시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역차별을 주장한다. 안전진단 대상을 설계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탓이다. 자기 설계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축소·은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입찰제한 제재를 받는다. 가령 C엔지니어링사는 지난해 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된 도로·교량 안전진단 입찰에 참가해 적격심사를 통과했으나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하고 계약을 포기했다. 90년대 지어진 해당 교량의 설계사가 자사란 것을 뒤늦게 확인해서다. C사 관계자는 “수십년 전 설계한 구조물에 대한 점검인데 되레 설계자가 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노후 인프라 대부분은 업력이 긴 대형사가 설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시장 확대가 무의미하다고 진단한다. 준공년도만을 근거로한 발주가 대다수고 구조적 개선과 연계되지 않기에 물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C사 관계자는 “재가설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방향 설정도 없는 묻지마 발주다. 업체가 개선 방향을 제안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후속 보수까지 연동하는 발주가 돼야 시장이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