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판로법에 뜨뜻 미지근한 국토·산업부…엔지니어링업계 연판장 돌리며 대응 나서

엔지니어링업계 연판장 돌리며 대응 나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골목상권에 도매금으로 넘어가
소기업 드문 진단/평가 분야, 대기업 역차별에 부실까지 우려

2013-05-28     정장희 기자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판로지원법의 적용범위가 당초 예상을 넘어 엔지니어링분야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업계가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20개사는 연판장을 돌리며 대응한다는 방침이고 100명 내외의 중형사는 회사분할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단체행동은 국토부, 산업부 등 엔지니어링산업 관련부처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즉,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우대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코드로 인해 힘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청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시행령 단계에서는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설계협회에서 취합된 의견을 중앙부처가 중기청에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이후 각사별로 중기청에 민원을 내는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이전 방법이 거의 먹히지 않아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판로법이 통과됐을 때도 해당부처, 협회, 업계 모두 이 사실을 모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업계가 주도해 저지에 나섰다고"고 덧붙였다.

각사는 단체행동과는 별개로 시행규칙 마련시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로지원법상 2억3,000만원의 엔지니어링사업은 300인 이상, 1억원 미만은 50인 이상의 업체에 대해 참여를 금지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회사분할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B사 관계자는 "1,000여명 규모의 대형사라면 300인 이하 법인과, 50인 미만 법인으로 나눌 것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100명 내외의 중소기업도 2~3개사로 분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기술의 가치 배제된 판로법 문제점 투성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판로지원법이 엔지니어링의 가치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실시설계와 감리를 제외한 타당성조사, 기본계획및설계, VE, 환경평가, 교통평가, 각종진단 등은 사업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소재지로 하고 있는 C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C사가 공략가능한 분야는 2조5,000억원으로 2억3,000만원 미만은 1,200억원(1억원 미만 480억원)으로 5%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이 가운데 50%가량이 고부가가치 영역인 FEED, F/S, 진단/평가 등이다. 중소사와 상생한다는 측면에서 실시설계와 감리의 허용은 찬성하지만, 고부가가치영역은 판로법의 예외조항으로 남겨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판로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사업수행능력 부족으로 인한 폐해도 예상된다. 25개사가 등록된 일반교통안전진단기관의 경우 소기업은 2개사에 불과하고, 공공하수도기술진단전문기관 또한 15개사 중 소기업은 4개사뿐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발주된 교통진단의 15건중 11건, 하수도진단 16건중 9건이 1억원 미만이라는 점이다. 2억3,000만원 이상은 각각 2건에 불과했다.

에너지사용계획수립대행자 항목은 더 심각하다.
산업부 장관의 고시에 따르면 수립대행자 요건은 해당분야 기술사 1인, 에너지관련 기술사 1인, 에너지관리기사 2인 등 50미만 소기업으로써는 실질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에너지사용계획 분야에서 총 8건이 발주됐고 모두 2억3,000만원 미만(1억 미만 5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하나 문제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판로법이라는 것 자체가 엔지니어링산업과 이반되는 경향이 크다"면서 "판로법이 시행되면 기술력이 없는 소기업이 사업을 수주해 대기업에 하도를 주는 기형적 행태로 변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상생도 좋고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산업의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법안을 입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