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엔지니어링사 핵심인력 빼가기 ‘도 넘어’
PMC사업 담당자 스카웃…국제 신인도 추락시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경쟁력, 밑바닥부터 황폐화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대형건설사가 기밀정보 확보를 위해 엔지니어링사의 핵심인력을 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지니어링사가 발주권한을 대행하는 PMC사업에서까지 엔지니어를 빼가면서 한국 SOC산업의 국제적 신인도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엔지니어와 기밀정보 함께 구입=Design Build 방식으로 곧 발주될 예정인 A사업은 국내 B엔지니어링사가 PMC를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A사업은 국내기업이 PMC를 수행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 대형건설사가 해외엔지니어링그룹과 컨소시엄을 맺고 대거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사업수주를 위해 각 컨소시엄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PMC사업을 담당하는 B엔지니어링사 담당엔지니어가 돌연 C건설사로 이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C건설사 입장에서 담당엔지니어를 영입할 경우 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의 핵심정보를 알 수 있었던 것.
담당엔지니어의 이직으로 B엔지니어링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길러낸 인재를 대기업에 빼앗긴 것은 차치하더라도 발주정보 등 기밀을 알고 있는 엔지니어가 사업 참여사로 이직할 경우 PMC사업자로써 공신력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FIDIC 관계자는 “발주를 대행하는 PMC사업 담당자를 참여사가 빼내는 행위는 사업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특히 기밀정보를 이용해 사업을 수주할 경우 부정당제재를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그는 또 “선진영역인 PMC사업에 첫발을 내딛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인력, 정보 빼가기로 한국의 엔지니어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사구팽 되는 핵심엔지니어, 황폐화되는 엔지니어링 경쟁력=대형건설사의 엔지니어 빼가기는 턴키 및 해외사업 활성화 이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업무와 직급에서의 불이익은 또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엔지니어링사에서 본부장, 상무급의 직급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총괄한 엔지니어가 건설사에는 차장, 부장급 격하된 것.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구조 지반 등 특수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엔지니어링사의 핵심기술자를 지속적으로 영입해왔다”면서 “하지만 이직한 엔지니어는 사업책임자보다 설계검토 등 보조적 역할에 한정된 업무에만 투입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엔지니어링사 전무/상무급보다 건설사 차부장급의 연봉이 높아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이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년전 건설사로 이직한 P엔지니어는 “엔지니어링사 유입인력은 사실상 승진의 기회가 차단되어 있고, 통상 1~2개 단기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영입된다”며 “결국 용처가 없어지면 단기간 내 토사구팽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업계는 SOC산업의 고품질화를 위해서는 건설사의 엔지니어 빼가기를 제도적으로 제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부가가치 영역의 엔지니어링산업이 황폐화될 경우 시공분야까지 단순도급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중소기업이 십수년간 키워온 엔지니어를 사업기밀과 함께 이전되는 것도 제도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산업부 모두 고부가가치를 명분으로 엔지니어링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부분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전시행정이었다”면서 “최소한 핵심엔지니어가 시공사로 팔려가지 않을 정도의 엔지니어링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