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몰린 수주일감, 업체엔 得-득 or 毒-독

작년 수주일감 설계 및 실무부서 본격 업무 시작
관련인력 부족한 상황에 일감 집중될 경우 자칫 득보다는 실

2014-02-20     이명주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업체들의 잇따른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업계에는 간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와는 달리 걱정 어린 시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의 작년에 수주했던 프로젝트들이 설계 및 시공 등 실무 사업부서로 넘어 오는 시점이 집중되면서 일부에서는 이미 과부하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인력이 부족한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일부 업체들의 경우 몇몇 프로젝트가 수주한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필요 설계 인원조차 구하지 못해 설계 마무리는 고사하고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프로젝트들은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시공 등이 포함된 실무 부서 역시 여건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오히려 기존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인 가운데 신규 프로젝트들까지 가산되면서 업무에 대한 부담은 곱절이 되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들의 경우 기존과 다르게 3~5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10년 이상의 경력직 충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작년 2분기 이후 수주량을 늘렸으나 오히려 업무 수행기간이 겹치면서 발생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상위 10개 EPC사들의 신규 수주시기를 살펴보면 1분기 전체 20건에 머물렀으나 2분기에는 45%가 급증한 29건, 3분기 27건, 4분기 30건을 기록했다.

업체별로도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체 수주량의 60%에서 100%를 3분기와 4분기에 집중해서 수주했으며, GS건설과 SK건설 역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50%의 수주시기 비중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2분기 비중이 높아 실질적으로는 2~4분기에 수주가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 실적 개선을 위한 무리한 수주가 구조적 문제
현재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들의 수행시기가 겹침에 따른 부작용이다.

작년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저가수주가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장과 설계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수반되지 못했던 점 역시 부실이 배가 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약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겹쳐 적정인원이 투입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행이 넘어갈 경우 업체들이 올해에는 넉넉한 수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다시 부실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일부와 언론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연이은 수주에 희망 섞인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작년 저가수주와 함께 프로젝트 관리 실패로 인한 부실의 위험성이 커졌다. 문제는 이와 같이 잇따른 수주에 대한 관리를 업체들이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연이은 수주 낭보는 다시 한번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위험성은 사라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업계가 나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시점이 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오로지 수주 실적만 보고 해외 수주를 부추기고, 업체들은 수익성을 회복하고자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문제는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적인 조건이지만 막상 수익성의 문제 앞에서 이를 지키는 곳은 드물다. 이에 부실에 대한 위험성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