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69%↔전세계3위…아리송한 건기연 도로기술력 발표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 = 한국의 도로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51%지만, 전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정책연구센터가 4일 발표한 '도로·교통부문 건설기술 조사 결과'를 놓고 도로엔지니어 간 의견이 분분하다.
건기연은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도로엔지니어 1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뒤, 이를 분석한 자료를 냈다. 비교대상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기술선진국이다.
결과는 도로운영 및 관리기술은 선진국 대비 73%, 도로포장기술 6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관련 기술수준은 선진국대비 51%로 6개국 중 3위를, 논문 기술수준은 선진국대비 35%에 불과해 5위를 기록했다. 각 항목을 종합한 결과 한국의 도로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69% 수준이라는 것.
도로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에 한국을 삽입해 평가를 했는데도 3위~5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한국의 도로기술력이 전세계 5위안에 들어간다는 것 아니냐"며 "결론적으로 한국의 도로기술력이 전세계급인데, 굳이 51%, 69%를 운운하며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건기연의 분석에 대해 반문했다.
건기연은 보도자료 말미에 한국의 기술력이 낮으므로 ▶유지보수가 필요없는 모듈러 도로포장기술 ▶도시 온도저감형 도로기술 등 주요 6개 도로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엔지니어는 "해당 연구과제가 필요하면 그 과제의 효용성을 홍보하면 되지, 굳이 아리송한 분석자료로 한국의 기술력을 깎아가며 R&D과제를 알릴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조사방법 또한 "한국 도로기술력이 세계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라는 설문에 의존하고 있어 공신력 없다는 평가다. 특히 논문편수와 특허가 적다는 이유로 도로기술력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건설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한국도로기술력 세계수준에 근접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관점에 따라 오해의 소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원의 연구과제를 홍보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