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달러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중국 단독참여 가능성 높아져

"중국철도, 자본규모는 물론 실력까지 한국 압도하고 있어"
태생적 한계 코레일, 대북사업 참여 한계 보일 것

2014-04-22     이준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이준희 기자= 최연혜 코레일사장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평양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7박8일간의 일정으로 방북 길에 오르며 신의주~개성 고속철도사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240억달러 규모 개성~신의주 고속철도+고속도로 패키지망 사업이 5.24조치 등 대북리스크로 중국고속철도망의 일부로 전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중국 투자기관 상지그룹이 240억달러에 달하는 개성~신의주 구간 376㎞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BOT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대북경협업체 G한신이 상지그룹과 합작법인 형태로 북한 정부와 함께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코레일, 현대건설 등 민간업체와도 동반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연혜 사장은 24일부터 5일간 평양에서 개최되는 OSJD 총회에 참석해 개성~신의주 패키지인프라사업 참여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사실상 코레일 역할 미미할 것
그러나 엔지니어링업계는 개성~신의주 고속철도사업에 대한 코레일 참여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라는 한계, 막대한 규모의 부채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시각이다. 즉 철도, 도로, 상수도, 전력 등 SOC사업 운영권은 국민적 주권과 연계됐다는 명목으로 자국정부 외의 주체가 손에 넣기란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것. 흡수통일을 꺼리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정부기관에 대한 반감이 더욱 거셀 것으로 진단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 정부는 개성~신의주 고속철도를 30년간 운영할 업체를 BOT 방식으로 선정할 예정인데, 국토부 산하 기관인 코레일에게 그 기회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업체 혹은 기타 외국계 민간 기업이 오히려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부채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17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여기에 민간에서 운영하다가 수익이 나지않아 떠안은 공항철도 빚만 2조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 등 대북리스크를 차치하고 개성~신의주 고속철도구간의 B/C가 공항철도보다 높다고 보고 있지 않다. 때문에 비록 BOT로 운영해도 사업비 회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국내외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PPP방식이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는 중국정부 자금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1분기 외환보유고는 3조9,500만달러로 전 세계의 3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리스크… "통일대박론,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도 있어"
상지그룹은 지난 2월 24일 베이징에서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김기식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240억달러에 개성~신의주 고속철도+고속도로 패키지망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에서 파이낸싱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 상지그룹 측은 한국의 설계 및 시공사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상지그룹과 합작법인 형태로 북한 정부와 함께 본계약을 체결한 국내 대북경협업체 G-한신도 현대건설, 코레일 등을 접촉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TF를 구성해, 설계, 시공, 차량, 제철 등 범 그룹차원에서의 참여를 검토 중이지만, "북한의 변화 없이 대북 제재수단인 5.24조치를 해제할 의향이 없다"는 정부입장 때문에 구체적인 준비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제한적 행보에 대해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자본이 본계약을 체결한 시점에서도 국내 업체의 참가는 북핵실험 등 변수로 언제든지 무산될 수 있는 실정이다"며, "대북리스크로 인해 언제든지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반쪽 통일로 전락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투자그룹, "한국 설계 및 시공사에 아쉬울 것 없어"
특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도산업은 이미 설계, 시공, 운영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객관적 통계만으로 봐도 지난해 미국 ENR지가 발표한 TOP 150위 설계사에 중국기업이 20개나 진입한 반면, 한국은 5개사만 이름을 올렸다.

A사 관계자는 "2년 이상 중국에 체류하며 지하철, 고속철도 등 중국철도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무위에 그쳤다"며 "중국 고속철도망은 본토를 넘어 남으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북으로는 북한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충분한 실적과 역량이 있는 설계사 및 시공사를 대거 보유한 중국은 본계약이 체결된 마당에 한국 기업이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B사 관계사는 "중국 측이 운영권을 가져간다면 희토류 등 광물로 사업비를 지급받고 역세권 개발권으로 수익을 낼 것이다"며, "중국설계사 및 시공사가 사업에 참여한다면 신호체계가 중국식으로 정해지게 돼 사실상 한반도 통일은 통일신라가 되는 격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