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안, 우리사주조합 출범… 先정상화 後매각, M&A전략 수정
삼안 노조, “재무구조 개선, 유동성 확보, 전략적 투명경영 목표”
인수의향 업체, “경영전문성 우려”… 조합, “출자자 역할 할 것”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삼안 매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삼안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출범시켰다. ‘선정상화 후매각’이란 노조의 제안에 채권단이 어떤 선택을 할지 삼안 내외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삼안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7일 ‘선정상화 후매각’ 차원에서 임직원 유상증자를 골자로 한 창립인원 580명규모의 우리사주조합이 출범됐다고 밝혔다.
삼안 노조는 지난 1월 전개된 삼안 공개매각과정에서 삼안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 2월 채권단 측에 삼안 임직원의 유상증자를 골자로 한 우리사주조합을 제안했다.
1월 2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인프라디벨로퍼와 채권단 간의 MOU 체결이 2개월이상 지연되자, 삼안 노조 측은 지난 7일 우리사주조합 설립총회를 열고 8일 한국증권금융과 우리사주관리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직후 삼안은 고용노동부에 우리사주조합 인가신청을 했으며, 17일 인가증 발급과 동시에 조합이 출범됐다. 당시 조합원 규모는 580명에 달했으며, 향후 가입가능 대상은 등기이사를 제외한 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사주조합이 만들어진 만큼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단행하면, 임직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1월 공개매각과정에서 채권단의 출자전환규모는 170억원에 책정됐던바 있지만, 최근 우리사주조합 측은 채권단에 출자전환규모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 인수의향 업체, “경영전문성 우려”… 조합, “출자자 역할 할 것”
우리사주조합 1대 조합장에는 구태신 삼안 노조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구태신 조합장은 “조합은 재무구조 개선, 유동성 확보, 전략적 투명경영 등 3대 목표를 지니고 있다”면서, “출자전환만으로는 유동성확보를 만족시킬 수가 없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투명한 비전을 세우고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수에 큰 관심을 갖는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인수사가 없어진 현 시점에서 우리사주조합은 채권채무, 회계, 재무 등 복합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고 조합장이 경영전문가 역할을 해야한다”며, 우리사주조합의 전문성을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엔지니어링 불황 탓에 워크아웃과 무관한 대다수 다른 업체들조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열악한 건설경기로 인수 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구도다 보니 노조의 큰 입김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태신 조합장은 “임직원 유상증자를 우리사주로 이룬다고 해서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M&A를 하게 되면 출자전환 비율이 높은 새 주인이 경영권을 쥐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사실상 우리사주조합의 목적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출자자 역할이란 해석이다.
뒤이어 “비록 당장 M&A 성사가 불발되더라도 ‘채권단 출자전환’과, ‘임직원 유상증자’로 삼안 정상화를 먼저 이룬 후 매각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며,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만큼 인수사 입장에서도 자금마련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 조합장은 “우리사주조합 출범을 계기로 삼안의 노측과 사측이 단일화된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며, “약 1,000명에 달하는 삼안 임직원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2008년 계열사 지원금 1,200억원을 떠안기면서 삼안의 위기를 초래한 삼안의 모기업 프라임개발이 오는 6월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있다. 프라임개발이 파산하면 삼안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는 만큼 이번 매각시도에 대한 삼안 내외부의 기대가 컸지만, 사실상 6월 이내 매각은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M&A 전문가는 “삼안은 프라임 계열사 중 회생가치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채권단은 프라임개발의 워크아웃 기간을 연장하고, 내년 쯤 다시 한 번 삼안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안 측은 이번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법적 문제검토와 함께, ‘선정상화 후매각’에 대한 채권단과의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