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딜레마에 고민하는 韓 플랜트 EPC
수익성 문제로 견적 현실화 목소리
입찰가격 경쟁력 상실로 수주 감소
국내외 업계 전반 변화가 관건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플랜트 관련 업체들이 견적 현실화와 수주라는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견적팀을 강화하거나 재검토를 진행할 수 있는 팀을 늘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수익성 문제를 겪은 작년 이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팀이 활동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회복을 위한 업체들의 자구책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익성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업체들이 견적 단계에서부터 실수를 줄일 경우 그동안의 업계의 발목을 잡아왔던 본 프로젝트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프로젝트들의 경우 아직 부분적이긴 하지만 입찰 단계에서부터 가격적정성 평가가 확대되면서 견적이 잘못될 경우 최저가를 투찰하더라도 수주를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 국내 공기업에서 진행했던 중형 프로젝트의 경우 상위권으로 입찰했던 업체들의 견적 내용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차차 순위 이후의 업체가 최종 낙찰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 사이에서 수익성 문제는 현실과 괴리되어 무조건 낮은 가격을 추구했던 견적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업체들의 경우 기존 견적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견적에 대한 집중도를 회사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부 프로젝트들의 경우 가격 요인 보다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우선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주처들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점차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입찰 견적가의 현실화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에도 문제점은 발생하고 있다. 바로 견적 현실화에만 집중할 경우 실제 입찰 현장에서는 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해외 수주의 경우 국내 EPC 업체들의 견적 현실화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유럽 및 제 3 국가 업체들이 그 틈을 노려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PC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견적 현실화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사이 일감 부족을 겪었던 해외 업체들이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발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업체들의 입지가 넓혀질 경우 향후 국내 기업들이 설자리가 남아 있을지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견적현실화와 가격의 적정 점을 찾는 분석에 대한 연구를 시급히 병행해야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라는 무기에만 집중하면서 다른 면은 간과했다. 그러다 보니 실무 분야에서 견적 전문가라고 꼽을 수 있는 사람 또한 가뭄에 콩 나는 수준으로 매우 적거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최근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견적전문가를 키우려는 노력과 견적 재검토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며, 시간 또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EPC 내부에서만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발주처라고 할 수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 또는 해외 선진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거나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