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 Park 의 유익한 국제 건설 판례 이야기6]무시무시한 클레임 통보 조항- FIDIC 사례

2016-07-04     .
FIDIC의 경우 모든 분쟁은 중재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고, 중재는 비공식 절차입니다. 따라서 중재 판결 내용은 대부분 일반에게 알려지지가 않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범위에서 공개된 관련 중재 내용을 찾아 그 사례와 결정 내용을 본 칼럼에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폐수 처리 시설 공사(Waste Water Treatment Plant, 위 사진은 일반적인 폐수 처리 시설의 일부)가 엔지니어의 Process Design 승인 지연으로 인해 공사가 상당히 늦어지게 됐습니다. 공사의 지연이 실제 디자인 승인 지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공사는 어쨌든 디자인 승인 지연을 근거로 하는 클레임 통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Process Design을 제출한 지 1년 6개월 이 지난 시점에서 엔지니어로부터 Process Design 승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승인을 받은 달이 4월이였는데, 시공사는 같은 해 9월에 드디어 디자인 승인 지연으로 인한 공기연장 및 비용 보상에 대한 클레임 통보를 합니다.

본 시공사의 통보에 대해 발주처측에서는 간단하게 클레임 통보 조항에 따라 시공사는 관련된 모든 자격을 상실했다고 알립니다. 참지 못한 시공사는 계약상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DAB(Dispute Adjudication Board - 분쟁 조정 위원회)에 동 분쟁 건을 회부하였는데 운 좋게 클레임 자격이 있다는 결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발주처가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자 시공사는 중재 절차를 개시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중재 결과를 말씀 드리기 전에 먼저 클레임 통보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클레임 통보 조항인 FIDIC의 20.1항 [시공사의 클레임]의 첫 번째 문단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공사가 계약 조항에 따르거나 계약과 관련하여 완공일 연장 또는 추가 비용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엔지니어에게 클레임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기재한 통지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함. 동 통지서는 시공사가 그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였거나 인지했어야 했던 시점 후 실제로 가능한 빨리, 그리고 28일내에 제출하여야 함.”

만약 시공사가 클레임 통보를 규정된 기한 내에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클레임 통보 조항의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FIDIC의 20.1항의 두 번째 문단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공사가 동 28일 기간내 통지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완공일은 연장되지 않고, 시공사는 추가 비용에 대한 자격을 상실할 것이며, 발주처는 해당 클레임과 관련된 모든 책임에서 면제됨.”

즉, 클레임 통보를 적기에 하지 않으면 시공사가 어떤 손해가 있었던지 간에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고 관련된 자격을 모두 박탈당합니다.

자세히 본 조항의 첫 문단을 보시면 클레임 통보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시점” 또는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였거나 인지했어야 했던 시점 후” 중 어느 시점에 해야 하는 지 의견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에게 살벌한 본 클레임 통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지난달 제가 소속된 로펌에 글을 한편 기고했습니다. 최대한 시공사측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 작성하였는데 전세계의 많은 엔지니어링 및 시공사들이 호응해 주고 있습니다.(상세 내용은 www.corbett.co.uk/knowledge-hub/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동유럽의 폐수 처리 시설 공사로 돌아가서 DAB의 결정과 중재 판결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DAB의 결정 내용은 이렇습니다.

FIDIC 20.1항의 클레임 통보 조항의 규정 내용은 명확하지가 않고, 28일의 시간 제약이 시작되는 시점은 시공사가 주관적으로 관련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때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을 디자인 승인 신청이 있은 후 약 1년 후로 판단하고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가 보낸 한 유사한 서신(1월 서신)을 시공사가 주장한 대로 클레임 통보로 볼 수 있으므로 최종적으로 시공사는 관련 클레임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결정합니다.

하지만 중재 판결은 동 DAB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첫째로 20.1항이 왜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DAB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면서, 클레임 통보는 DAB 결정과 같은 “완공일 연장 또는 추가 비용에 자격이 있다고 생각” 하는 시점이 아니라 “시공사가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였거나 인지했어야 했던 시점 후 28일내에 제출하여야 함.”이라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고 적시합니다.  둘째로 상기 1월 서신의 내용을 상세히 검토한 후, 관련 내용은 Process Design 승인 지연에 따른 20.1항 클레임 통보가 아니라고 결론 내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시공사는 아무리 늦어도 Process Design이 최종 승인된 시점 (4월)으로부터 28일내에는 클레임 통보를 했어야 했음. 하지만 시공사는 9월이 되어서야  그 통보를 했으므로 본 클레임과 관련된 모든 자격을 상실함.”

20.1항은 다른 해석을 많이 불러 일으킵니다. 왜냐하면 시간 내 통보하지 않으면 관련된 모든 자격이 박탈되는 시간 제약 조건의 그 심각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공사들께 드리는 조언은 클레임이 될 사안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바로 클레임 통보를 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발주처와의 관계가 걱정되어 클레임 통보를 쉽게 할 수 없다면, 다음 방안을 한 번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저의 건설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그 동안 많은 해외 현장에 조언한 내용입니다.

 
▲박기정 영국 변호사(www.corbett.co.uk)
현장에서 예로 들어, 소장과 공무부장께서 소위 “Good Cop, Bad Cop”으로 역할을 나누고, 소장께서는 클레임 통보 후 발주처에 회사 규정상 공무부장은 계약상 따라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업무 태만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통보를 한 것이며 회사 규정상의 사안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고 그 관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큰 문제없이 계약상 자격을 지켜내게 되고, 장래에 문제가 되었을 경우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고 시공자를 지켜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