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완 FIDIC회장 퇴임-글로벌리더 8인방 인터뷰]"서구중심 국제조직서 진정한 글로벌 구현, 총체적 개혁 이끌었다"
서구권, “합의 이끌어내는 외교적 역량 탁월… 최고 업적은 사무국 구조조정”
아시아권, “신규가입 문턱 낮추고 저소득국 참여 물꼬 터… 그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자카르타=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 = 국제입찰계약제도를 관장하는 국제엔지니어링연맹 FIDIC의 수장 이재완 회장이 2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아시아계 최초로 102년 역사만에 서구권이 장악하던 국제기구를 이끌게 된 만큼, 해외인프라시장진출을 확대 중인 한국과 아시아권 엔지니어링업계는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와 지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3일(현지시간) 개최된 FIDIC회장 이취임식 현장에 직접 참가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핵심 리더 8명을 대상으로 이 회장의 지난 2년 임기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를 전해 들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이 회장이 개도국이 고민하는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듣고 서구권 위주의 높은 문턱을 낮췄으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개혁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유럽과 북미 리더들은 전임과 달리 무거운 책임감으로 갖고 조직의 거버넌스 강화, 사무국의 총체적 혁신을 이끌어 FIDIC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았다고 전했다.
엔지니어링사들은 글로벌 시장의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지식집약서비스업 본연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제조업 취급을 받고 있다. 이는 FIDIC 내부부적으로 상당한 압력을 주고 있다. FIDIC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 수요에 부응하는 조직이 돼야만 한다. 그의 2년 임기 동안 이재완 회장은 상당히 어렵고 중대한 결정을 실행에 옮겨야만 했으며, 이는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FIDIC과 컨설팅엔지니어링산업은 이런 복잡난해한 시기에 이재완 회장이란 지도자와 함께 할 수 있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
나는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FIDIC회원국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이사회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FIDIC은 매우 다양한 조직이다. 이해관계자들 또한 다양하다. 이 모든 것들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사무국 구조조정 등 이 회장이 임기 중에 혁신에 성공한 결과물들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의 조언과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FIDIC은 이 회장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는 비서구권 인사들이 리더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디딤돌이 돼주었다. 유럽과 영어권국가의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역사가 있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기존체제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글로벌 무대에서 대담하게 언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세계 시민들이 영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후보의 역량이 된다면 비서구권에서 새로운 사무국장이 배출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Kiran Kapila, FIDIC 집행위원(인도)=아시아 출신 최초의 회장으로 지난 2년간 왕성하고 도전적인 활동을 해왔다. 회원국에게 더 나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FIDIC 사무국의 지출을 최소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그의 노력으로 지난 2년의 재임기간이 채워졌다. 이 회장은 FIDIC 회원에게 회비증액 등의 부담을 주지 않는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줬다. 그는 신규 회원가입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지난 4년간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신규회원가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소규모 엔지니어링협회와 저소득 국가 또한 FIDIC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것으로, 그의 통찰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FIDIC 회장으로써, 컨설팅엔지니어링산업을 이끄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변수가 많은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그가 취임사에서 약속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굉장히 큰 장애요소들을 이겨내면서 뜻한 바를 관철시키는 것을 지켜봤다. 엔지니어링산업에서 그가 보여준 헌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시히코 야마시타, ECFAJ 사무처장(일본)= 그는 FIDIC의 거버넌스와 전략을 훌륭하게 개혁한 공로가 있다. 이재완 회장은 이사회와 사무국의 거버넌스 강화를 주장하고 특히, 스위스에 위치한 FIDIC 사무국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자는 제안을 한 첫 번째 회장이었다. 나아가 현재 추진 중인 전략계획은 FIDIC 회원들에게 새롭고 실질적인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FIDIC 회장단은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배출됐다. 그들은 이재완 회장과 비교하면, FIDIC의 개혁이나 거버넌스를 손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FIDIC회장에 선출되지 않았다면, FIDIC은 기존 시스템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