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발 불공정관행 시범사업…‘엔지니어 대환영’

2017-11-14     정장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8일 도로공사 건설처에서 열린 함양~창녕 9,11공구 기술제안형입찰 사전설명회. 예전과 다르게 이날 설명회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내심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함양~창녕은 국토부가 주도한 기술형입찰 불공정관행 개선 시범사업이기 때문이다.

기술형입찰은 민간의 창의성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와 엔지니어링간 저가계약, 지급지연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초고강도 합사근무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설계노예라는 멍에까지 지고 있었다. 젊은엔지니어들의 퇴사이유 1순위가 합사근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차별화를 위해 건당 4,000만원~1억원하는 특화설계를 10~20건 하느라 체감 설계대가가 낮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총 설계대가중에 10~20%는 특화설계 외주대가로 지급되고 있다. 물론 소규모 엔지니어링사는 특화설계가 주요 매출이지만, 이를 활성화하려면 현재 기술제안 대가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로공사가 설계 불공정관행을 청산하기 위해 내민 카드는 계약적정성, 고강도 노동 방지로 요약된다. PQ신청 당일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가 체결한 계약서를 비롯해 설계비-설계보상비 집행계획을 공사발주부서에 제출해야 한다. 집행계획은 평가위원에 배부해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다. 또 설계평가 이후 집행계획을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했다. 사실상 민간과 민간의 계약에 정부가 관여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설계기간도 턴키는 3개월에서 4개월로, 기술제안은 2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난다. 아예 입찰참여 대표이사에게 근로기준법에 의한 합사근무를 할 것인지 확약서도 받는다. 한 턴키엔지니어는 “오너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 악화로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그간 합사근무의 극악성만 놓고보면 올바른 결정”이라고 했다.

턴키엔지니어들은 불공정관행 개선의지를 크게 반기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으면 유명무실 해질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시공사와 설계사간 계약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불법이면계약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늘어난 설계기간을 이용해 합사를 복수로 운영하는 편법을 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턴키엔지니어들은 “이번 조치가 엔지니어링업계의 최소한의 휴식과 정당한 계약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면서 “향후 기술제안뿐만 아니라 턴키입찰에도 적극적으로 확대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