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3~4만불 시대 이끌 ‘건설기술 韓流’

국토부, 5차 기본계획 공청회 개최… “소프트웨어기술의 획기적 발전 시급”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영역… “선진국의 50~60% 수준”

2012-09-26     이준희 기자

차기 정부 출범이 석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토부, 엔지니어링․건설업계 실무자, 각계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추진할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을 열고 그동안 선진국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소홀했던 엔지니어링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토론을 벌였다.

25일 국토해양부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건설기술분야 정책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 ‘건설사업정보화(CALS)기본계획’,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기본계획’ 등 3개 기본계획(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건설기술 분야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안)은 건설기술관리법을 근거로 건설기술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며 제4차 기본계획에서 2007년~2011년까지 건설기술을 선진국대비 80~90%로 잡았지만 현재 EU대비 79%, 일본대비 81%에 불과하다. R&D, 건설정보, 환경분야는 양호한 반면 CM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가 2010년 세계 19위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따라서 이번에 토론된 제5차 기본계획(안)에는 ‘건설기술 韓流로 여는 5대 건설강국’이라는 비전아래 2016년까지 ‘건설기업 설계경쟁력 세계 10위’, ‘건설엔지니어링 해외 수주비율 5%’를 목표로 설정했다.

세계 건설엔지니어링시장은 미국 34.6%, 영국 11.6%, 중국 3.9%, 일본 2.4% 등 상위 7개국이 약 80% 점유하고 있으며,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는 4~5조원대로 해외시장 점유율이 0.5%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안)은 건설엔지니어링 분야 선진화가 주요 골자다.

국내 건설교통 기술수준은 최고기술보유국 대비 평균 61.8%, 기술격차는 약 4.8년이며, 계획․설계 등 고부가 ‘소프트’기술과 핵심 소재 등 기초․원천 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엔지니어링플랜트기술센터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원천기술 72.8%, 기본설계 73.4%, 상세설계 85%, 기자재 81.5%, 시공관리 82.6%에 불과하다. PPP등 사업방식 다변화에 대응한 토털엔지니어링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국토해양부 이화순 기술안전정책관은 “그동안 건설분야에서는 효율과 시공성을 중시하고 고부가가치 기술은 외국에 의존해왔던 경향이 원인중 하나”라며 “건설산업은 주로 노동․자본 등 요소 투입에 힘입어 성장해 왔으나 꾸준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소득 3~4만불 시대를 이끌 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글로벌경쟁력지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건설기업 설계경쟁력은 19위,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건설엔지니어링 수주는 1.9%에 불과하다. 이에 건설기술은 전통적인 로우테크(Low-tech) 이미지를 벗고 첨단기술과 융합을 통하여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국토부는 설계․감리․시공․유지관리 등 건설 全단계에 걸쳐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패널토론에서 “우리나라 건설기술인력을 연령별로 보면 30대, 40대가 각각 30%를 넘지만 20대가 4.5%에 불과하고, 고급인력(기술자) 대부분이 50대고 35살 즈음에 자격증을 취득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고급인력 수급이 늦고 뒤처지며, 고령화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태조 엔지니어링 변윤주 부사장은 “덴마크 COWI社는 현수교 설계에 시니어, 주니어, 초급 엔지니어 총 3명의 인력만 투입하는데 이는 자신들이 직접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런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는한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드러난 경쟁력은 이미 경쟁력이 아니며, 드러나지 않는 이런 소프트파워를 키워야한다는 논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ODA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권율 박사는 “국제시장에서 공개입찰을 하고 2015년까지 유상원조 중 50%이상 Untied로 진행될 것”이라며 “기술 활용조건부 EDCF/KOICA 차관 도입을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일본이 이미 2000년대 초 시작했듯 우리도 신도시건설 등에 토종기술에 가점을 주고 적극 장려해야할 때”라며 “개별 기술에 머물지 않고 기술 개발의 범위를 넓혀서 건설산업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GS건설 상임고문 이영남 前부사장은 GS, 현대건설 등에서 35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설명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이영남 고문에 따르면 두바이에 건설된 부르즈 할리파는 삼성물산이 시공책임회사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 기술수준은 62%에 불과하다. 설계는 미국의 아드리안 스미스, 고든 질 등이 참여했고 방풍, 단열 효과를 내는 클래딩 디자인을 비롯한 파운데이션 디자인, 테스트 등에 호주, 영국, 캐나다의 선진 엔지니어링사가 대거 참여했다.

“삼성이 전체적인 시공을 했지만 세세한 지식집약 소프트웨어분야는 전문성 있는 선진기업 담당했다. 건설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출효자산업이라 자부하는 전자, 조선산업도 생산기술은 높지만 공정기술, 엔지니어링기술은 선진국의 50~60%인 중하에 머물러 있다. 소프트웨어기술의 획기적 발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업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지적에 대해 제5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안)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토부 박하준 기술정책과장은 “선진기업에 비해 취약한 시공 앞 단계라 할 수 있는 기획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능력을 포함하는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며 “생산기술은 높지만 공정, 엔지니어링이 낙후됐다는데 동감하고 있고, 발주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 최근 국토부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