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발주 안하는 엔지니어링, 적정대가의 56.5%만 '먹어라'

숨은 정부갑질 대표적 사례 엔지니어링
국토부 고시대로만 발주해도 정상화 가능

2018-07-10     정장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지난달 말 발표된 건설산업혁신방안 가운데 적정대가 산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불합리한 대가산출이 개선된다면 현행보다 적어도 15%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적정대가 확보는 오는 10월에 고시되는 제5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에 포함될 예정으로 현재 정부와 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T/F에서 구체안이 논의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가 적정대가 미확보의 주요 원인으로 예산편성 방식의 불합리를 꼽고 있다. 현행 건설기술용역 대가 기준은 실비정액 가산방식으로 국토부 고시에 의해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공사비요율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가가 하락하고 있다.

2017년 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00억원 공사의 대가가 실비방식으로 13.69%인 반면 공사비요율은 8.05%에 그치고 있다. 이어 200억원 10.46%→6.5%, 300억원 8.36%→5.55%, 400억원 7.14%→5.28%로 낮아지고 5,000억원 이상 공사도 실비정액은 2.87%인대 반해 공사비는 2.45% 수준이다. 100억원~5,000억원 건설사업의 실비대비 공사비요율 비율은 74%에 그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고시에 따라 실비정액으로 엔지니어링을 발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는 25%에 달한다. 여기에 낙찰률까지 고려하면 엔지니어링 실지급 대가는 국토부 기준대비 56.5%에 불과하다"면서 "2017년 감리 발주 금액은 2조1,063억원으로 실비정액으로 변경할 경우 6,318억원의 추가예산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간 공사비요율로 발주된 엔지니어링사업은 예산부족으로 인해 끊임없이 감액이 이루어져 왔다. 1인이 투입될 현장에 0.5인만 인정한다거나 직접경비를 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직접 인건비의 110~120%, 인건비+제경비의 20~40%로 책정된 제경비와 기술료도 대부분 법정기준 이하로 하향 조정됐다.

발주기관별 감리비용도 대부분 법정대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정동영 의원실이 밝힌 각 발주청별 건설예산대비 감리비용은 ▶LH공사 4.0% ▶도로공사 3.6% ▶철도시설공단 3.7% ▶서울시 2.7% ▶경기도 2.6% 등 평균 3.5%로 법정대가에 미치지 못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88%로 설정된 적격심사 낙찰기준률의 설정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적격심사 종합평점은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낮아지고, 업체의 투찰률도 감소되는 구조여서 기술중심의 평가에도 적정가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30억이상 엔지니어링사업의 낙찰하한률은 국토부 80.50%를 제외하고 조달청을 비롯한 각 공기업은 73%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사물량이 변동되지 않고 사업기간만 연장되는 총사업비 대상공사 또한 적정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즉 사업기간 연장시 추가 감리비는 인정되지 않고, 발주청의 귀책사유임에도 5% 범위 내에서만 대가가 지급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예산을 축소하고, 발주처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건설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엔지니어링사에게만 출혈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다. 숨은 정부갑질의 대표격이 엔지니어링 분야"라며 "동절기, 예산미확보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이 늘어날때마다 현장 감리원들은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법대로 고시대로 예산을 배정하고, 합리적인 낙찰가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25만의 엔지니어링 종사자들의 직업적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토부를 비롯한 기재부 등 관계기관은 향후 3개월 간 엔지니어링 대가 정상화를 비롯해 불합리한 제도 개선의 구체안을 마련해 10월 경 고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