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력 분류체계 개선안… 엔지니어 대거 반발
상태바
기술인력 분류체계 개선안… 엔지니어 대거 반발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2.11.09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CEC, 학력20% 반영… 47년 경력 오너, 30년 서울시출신 본부장보다 배점 낮아
시뮬레이션 결과… 공무원은 25년 근무 후 100점, 일반 엔지니어는 84점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 건설기술인력 분류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업계의 반대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국토부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국제회의실에서 건설기술인력 분류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건설기술인력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고 기술자 관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자 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내년 상반기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개선방안은 특급기술자의 비중은 크고 고․중급 기술자는 적은 현재의 호리병구조 기술자분포를 항아리 형으로 만들고자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건설기술자 역량 지수(Index for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Competency: ICEC)를 인력분류의 새로운 도구 활용하고, 과거에는 자격 및 그 자격에 따른 경력만 반영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자격 40%, 경력 40%, 학력 20%에 소정의 교육점수를 추가 반영해 특급기술자에 대한 변별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술자 분포를 개선하는 취지에 대부분 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공감했지만 이를 실현시킬 도구인 ‘ICEC 지수’와 ‘학력 20% 추가반영’에는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A엔지니어링사 C모 전무는 “고부가가치 산업 엔지니어링은 국제무대에서 학력을 반영하는데 석사도 만점을 주고 경력의 비중을 높게 반영한다”며 “이번 개선안이 반영되면 사원들이 ICEC 지수 75점 이상을 받도록 업계 간에 무리해서 경쟁적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키는 현상이 발생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국토부의 바램대로 기술자분포가 항아리구조로 되면 특급기술자 영입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우려도 전달됐다.

이에 대해 박하준 국토부 기술정책과장은 “전체 건설기술자 대상 최상위분야 ICEC 점수 시뮬레이션 결과 90점이상은 0.1%에 불과하다”며 “60점이상 20%는 사실상 특급기술자로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그동안 자격과 경력을 반영해 기술자를 선별하면서 이미 자격평가 시 학력을 반영해왔다”며 “학력을 따로 20%나 포함시키는 것은 학력을 이중으로 포함시키는 꼴이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개선안은 업체 간 무한경쟁의 불씨를 만드는 것”이라며 “오히려 자격을 학력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ICEC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했다며 그중 기존기준에서 모두다 만점인 4명을 예로 설명했다. “47년 경력의 회장이 91점, 서울시 30년 총38년 경력의 본부장은 94점, 고졸 입사 후 28년 9개월 근무하며 야간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직원은 85.9점, 24년 근무한 석사학위의 나는 73점이다.”

또한 그는 가상 인물을 예로 들며 “25세에 사무관이 돼 25년간 근무하며 기술사와 박사학위를 따면 100점을 받을 수 있지만, 같은 기간 일반회사에서 근무하면 84점을 따고 100점을 받기위해서는 만61세까지 근무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토목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토목은 전체공정을 다양하게 알아야 도움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는 박사과정보다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도움 될 수 있다”며 “석․박사학위는 전문분야에만 반영시키고 직무분야에서는 배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지금은 경력의 양만가지고 평가하는데 ICEC 지수를 활용해 양보다 질적인 증가를 가져오자는 것이다”이라고 답했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만약 ICEC를 근거로 해외사업 참가기회가 제한되면 새 기준 때문에 등급이 하락한 인력을 업체는 고용할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며 “그렇다고 ICEC지수가 60점이상이면 특급을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이 있음에도 60점에 못 미치는 기존 특급기술자가 그 자격을 유지하게 유예기간을 주는 것 자체도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E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CEC지수를 기반으로 보정경력연수를 산정한 국토부의 로그함수 그래프를 보면 50년까지 꾸준한 상승을 보이는데 실질적으로는 20년이면 족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48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후 56세까지 대통령직을 하게 된 것처럼 20년 정도 근무한 40대 후반에서 50중반 까지를 전성기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박하준 과장은 “최근 7~8년 사이에 20~30대 기술자가 25%에서 10%정도로 급감해 젊은 층의 비중이 작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며 “하지만 검토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하준 과장은 수많은 업계의 반대의견과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ICEC지수 결과는 개인이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정부는 ICEC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발주청이 세부기준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변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과장은 “아직은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내년 상반기 CM, 설계, 감리가 통합될 무렵 건설인력 분류체계 개선방안 시행령이 나오고 1년간의 조정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차후 발주청의 의견까지도 수렴해 업계가 경기불황으로 어려운 만큼 일시에 큰 변화가 닥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